▲ 26일 오후 세종시 새롬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과 고립된 근로자 구조작전을 벌이고 있다.

세종시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큰불이 나 노동자 3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6일 오후 1시10분쯤 세종시 새롬동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 건물 7개동 중 1개동의 지하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하청업체 노동자 정모씨(53) 등 3명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노동자 3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을 구조·수색하던 소방관 3명도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공사장에는 노동자 169명이 바닥과 벽에 금이 간 부분을 보수하는 에폭시 작업과 페인트를 칠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헬기 2대, 소방차 30대 등 소방장비 49대와 소방·경찰인력 194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불은 5시간38분 만인 이날 오후 6시48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목격자들은 “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불기둥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박모씨(34)는 “폭발음과 함께 사람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보니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큰 불기둥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며 “화재가 난 건물 위층에 있던 일부 노동자들은 건물 외벽에 설치한 그물을 찢어 들고 흔들며 ‘살려달라’고 소리쳐 구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인근 상가 중국 음식점 관계자는 “현장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불길이 치솟았다”며 “강한 불길에 놀라 가스 밸브를 잠그고 영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시커먼 연기와 악취에 놀라 금강 둔치로 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규모가 커진 원인으로 건물 내부의 소방시설 미비와 가연성 단열재가 많았던 점 등을 지적했다.

임동권 세종시소방본부장은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 이용할 수 있는 소방시설이 없었고, 지하에 스티로폼 등 불에 잘 타는 단열재가 많아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했다”며 “유독가스에 의해 노동자들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원인과 함께 시공사의 소방법 준수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부원건설과 거양산업개발이 공동으로 시공하는 이 주상복합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24층 7개동 386가구 규모로, 오는 12월 입주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