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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사람 잡네류경희 편집국장
류경희  |  queenkyung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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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26  13: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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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항간의 최대 이슈중 하나가 ‘채선당 임산부 폭행사건’이다. 무슨 미스터리 사극의 제목과도 같은, 언짢고 찜찜한 사건의 내막은 대충 이렇다.

천안의 유명 프렌차이즈 식당에서 한 여자 손님과 여 종업원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몸싸움으로 다툼이 발전했으나 주위의 만류로 상처를 입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봉변을 당한 손님은 괘씸한 식당 응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자신이 임산부임을 밝혔는데도 배를 발로 차였다며 각종 SNS와 언론에 일방적 폭행을 호소한 것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임산부의 지위가 나라님보다 고귀한 시대가 아닌가. 임산부가 배를 차였다는 울먹임에 여론은 한 마음으로 분노했다. 폭행을 한 종업원은 물론 종업원 교육을 소홀히 한 프렌차이즈 식당 채선당에 쏟아지는 욕설이 융단폭격 같았다.

식당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프랜차이즈 본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리고 모든 책임과 함께 문제의 지점을 폐쇄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으나 이미 실추된 회사 이미지와 영업 손실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식당에 설치된 폐쇄회로TV에서 임산부 측의 주장과는 많이 다른 내용이 확인됐다. 물리적 시비가 있긴 했지만 종업원이 먼저 머리채를 잡고 배를 차는 장면은 발견되지 않았다. 임산부라는 손님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며 오히려 손님인 유씨가 종업원에게 욕설과 함께 머리채를 잡고 배를 찼다는 목격담이 보태졌다.

여론 재판 뒤 짚은 CCTV의 반전

CCTV 덕분에 명예를 회복하게 된 프랜차이즈 본사는 “CCTV 확인 결과 폭행 사실은 없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홈페이지에 내걸었던 사과문도 내렸다.
놀라운 것은 여론의 움직임이다. CCTV를 통한 정밀 조사 결과 임산부가 온라인상에 올린 글이 지어낸 소설로 밝혀졌다는 소문이 돌자 식당을 비난했던 여론의 화살은 구령에 맞춘 듯 임산부에게로 돌려졌다. 거의 빛같이 날쌘 속도다.

배를 차였다던 채선당 임산부는 한 순간에 보호해야할 ‘국민 임산부’에서 자기보다 한참 나이 많은 여종업원을 비하하며 무시하고 누명까지 씌운 ‘국민 싸이코‘로 내려앉았다. 기업을 상대로 과도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거나 거짓으로 피해를 본 것처럼 꾸며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라는 의심까지 얹혀졌다.

식당 측의 주장에 의하면 손님이 큰소리로 ‘아줌마’를 외치며 서비스를 지시했다고 한다. 종업원이 벨을 눌러달라고 하자 손님이 발끈한 모양이다. 서비스가 엉망이라며 수저를 던지고도 분을 참지 못해 ‘년’자가 붙는 욕설을 퍼부었다. 계산도 하지 않고 나가자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평범한 인격의 사람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이 또한 일방적인 주장일 따름이다.

양쪽의 주장을 참고로 하여 사건을 추리해보니 사건의 단초가 된 것이 ‘아줌마’라는 호칭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종업원은 ‘아줌마’라는 호칭에 모욕을 느꼈었나보다. 자신을 부르는 손님에게 ‘무엇을 원하느냐’는 말 대신 ‘벨을 누르고 주문하라’고 한 대꾸는 명백한 짜증이었다. 물론 종업원의 불손한 태도를 욕으로 갚은 손님의 잘못도 크다.

아줌마는 아주머니의 어린 말이다. 본래 형수나 처남댁을 부르는 호칭이지만 결혼한 여자를 편하게 아주머니라 부르게 됐다. 그런데 언제 부턴지 아주머니는 나이든 여자를 깔보고 부르는 막말처럼 인식되고 있다. 아주머니, 아줌마는 불리는 순간 분이 치밀어 오르는 하대어로 변질되었단 얘기다.

손님에게 ‘아줌마’ 소리를 했다면 이제 장사 그만하겠다는 시위라고 한다. 무조건 ‘사모님’이라 부르는 것이 모범 호칭이다. 종업원도 ‘아줌마’ 소리에 질색하는 건 마찬가지다. 한 식당의 나이든 여종업원을 ‘아주머니’라 불렀더니 정색을 하며 ‘언니’라 불러 달라 했다. 지적을 당한 후부터 ‘저기요’ 정도로 대충 얼버무려 부르고 있다. 비위가 좋지 못한 터라 ‘언니’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다.

쌍방이 폭행죄로 맞고소를 한 상태니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사건은 정리 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여론재판으로 큰 상처를 입고 결국 가게 문을 내린 식당 업주의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아줌마가 사람 여럿 잡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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