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충북지방경찰청 앞마당이 지역 농산물 직거래장터로 변했다. 보은 황토대추, 진천 쌀, 옥천 생 표고버섯, 충주 밤, 청원 오색미, 영동 호두 등 도내 12개 시ㆍ군 농 특산물이 거래되는 장터가 문을 열자, 오전 11시 개장을 기다리던 각계 기관장들은 다투어 한 아름씩의 농산물을 매대에서 구매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기용 교육감을 비롯한 도교육청 직원들이 먼 거리를 개의치 않고 지역 농산물을 팔아주기 위해 장터를 찾았고, 이종윤 청원군수는 농산물을 구입한 후 판매 농민들을 도와 직접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행사를 마련한 충북경찰청과 청주지역 경찰서 직원들이 농산물 구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충북경찰청 중견 간부들은 복지시설에 보내기 위한 과일 등을 추가로 구입키도 했다. 김용판 충북경찰청장도 개장 후 점심 전까지 1시간 동안 여러 매대를 돌며 사과, 된장, 옻 진액, 밤, 마 등의 농, 특산물을 골고루 구입하는 성의를 보였다.

장터를 찾아 농산물을 구입한 충북경찰청의 한 직원은 "품질 좋은 농산물을 현지에 가지 않고 살 수 있어서 좋고, 맛을 볼 수 있어 좋고, 농민을 도울 수 있어 좋았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다"라며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고 했다.

충북경찰청이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한국농업경영인 충북도연합회와 연계해 지역 농산물 1억 원 어치 구매를 목표로 마련한 '농산물 직거래장터'는 지역에서 생산된 각종 농산물 60개 품목을 시가보다 20％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직원들에게 판매하는 대규모 장터다.

장터의 성공을 위해 충북 경찰청을 비롯한 청주 상당, 흥덕, 청남경찰서 등 청주지역 경찰서가 총력을 쏟았는데, 장터 전담팀까지 조직하여 희망 품목 수요를 조사한 뒤 농민단체와 판매가능품목을 선정하고 가격과 품질 검증 작업까지 점검했다.

충북 경찰청이 직접 나서서 지역 농가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지역농산물 팔아주기 행사에 대해 장터를 찾은 시민들과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막상 판매를 책임져야 하는 지역 경찰서 직원들은 남몰래 한숨을 쉬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농산물을 팔아 농민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려는 취지에는 찬성하고 있지만, 목표 판매액이 1억 원으로 정해지면서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농산물을 구매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구매를 강제로 강요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해보다 3000만원이 오른 1억 원의 판매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청주권 3개 경찰서가 눈치를 보며 경쟁을 벌이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농산물값 하락에 따른 지역 농가를 돕자는 좋은 취지에 딴지를 걸 수는 없지만 만만치 않은 금액의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해야 하니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자율적으로 참여 하라고는 하지만 구매에 윗사람 눈치가 보인다"며 조심스럽게 속내를 밝힌 직원의 표정은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였다.

직거래 장터 곳곳에서는 구입한 농산물을 서로 비교하며 구입을 권유하는 흐뭇한 광경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날 현장에서 이뤄진 농산물 매매 금액을 제외하고도 예약을 통해 판매된 대금만 1억 원이 넘는 성과가 있었다.

불경기에도 성공적으로 직거래 장터를 운영해 목표액을 너끈히 달성한 것은 전적으로 경찰서 직원들의 희생과 참여가 따랐기에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