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총장 김승택)가 총장 직선제를 폐지키로 결정해 향후 대학 운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일부 인문대와 사회대 교수들 중심으로 투표 무효 주장과 총장 사퇴 움직임을 보여 당분간 여진은 남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이 대학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이틀 동안 교수 716명, 직원 317명, 조교 23명 등 1056명을 대상으로 ‘총장직선제 폐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92.47％의 찬성으로 직선제 폐지를 결정했다.

교수는 411명이, 직원과 조교는 332명이 각각 투표에 참여해 61.9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반대는 7.26％, 무효는 0.27％로 집계됐다.

유권자 중 교수 716명은 각 1표로 인정했지만 직원 340명은 1명당 0.13표로 인정돼 최종적으로는 95표가 적용됐으며, 재적 교직원의 과반수이상 투표와 유효 투표수 중 과반수의 득표로 총장직선제가 폐지됐다.

이날 찬반 투표 결정에 따라 1990년부터 실시된 총장 직선제는 2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에 따라 김승택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2014년 4월30일 이후 10대 총장부터는 직선제가 아닌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돼 정해지는 '간선제' 등 다른 방식으로 선출하게 된다.

충북대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의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 지정에 따른 대응조치로 이뤄졌다.

충북대는 총장직선제 폐지를 계기로 교과부에 구조개혁 중점추진대학 지정 철회 및 자체구조 개혁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 이번달 안으로 교과부와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 지정철회, 2년간 평가유예, 구조개혁 이행에 따른 각종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과 학생들은 대학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 즉각 반발 움직임을 보이며 강력 대응할 태세를 보여 당분간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교수들은 투표가 종료된 이날 오후 6시 직후 총장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이비 투표의 결과는 원천무효"라며 "날치기로 진행된 이번 투표가 투표일정, 투표문항, 투표방식 모두 불공정한 사이비 투표였음을 다시 확인하고 그 투표의 결과도 원천 무효임을 천명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정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이번 투표는 그 자체로 무효이며, 불공정한 투표가 낳은 투표의 결과도 원천무효"라며 "충북대의 명예를 실추시킨 김승택 총장은 즉각 사퇴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총장 직선제 폐지를 놓고 구성원간 갈등이 지속되며 앞으로 김 총장이 화합을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총장 선출제도 개선을 두고 구성원간 진통을 겪었지만 대다수 구성원들의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체 구조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결집돼 이 같은 결과로 표출된 것 같다"며 "앞으로 투표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자체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학생, 학부모, 지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덜기 위해서라도 충북대가 거점 국립대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구성원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학교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