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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섣부른 희망가
오병익  |  obi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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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6  18: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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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아직 방학 중인 학교와 개학으로 왁자지껄인 두 모습이다. 며칠 전, 방학에 심취한 어린이집 1년차 손주한테서 카톡을 받았다. “아빠와 팝콘 만들기 하고 있어요.” 조리복으로 단장한 사진까지 첨부했다.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인 디지털 시대에도 옥수수를 튀기며 소리와 향에 벅차 깡충깡충 뛰는 걸 넘어 무릎까지 쳐대니 방학이 얼마나 큰 선물일지 아이들 속을 모른 게 미안하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을 현상만 보고 판단하려 든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향해 감당키 힘든 주문만 닦달하고 그럴 때마다 “싫어요, 안 해요, 창피해요”를 일상어로 쏟는다. “자꾸 그러면 혼난다. 형 (언니) 좀 봐, 넌 정말 못 말려. 또 실수하면 그냥 안 둘 거야.” 아이는 부모와 소통을 닫고 존재감마저 상실한 채 삐딱선을 탄다. “엄마, 오늘 국어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칭찬 받았어요.” “그래 얼굴이 환해졌구나. 잘 했어!” 너줄하지 않은 부모의 응원, 엄청난 믿음으로 커간다.

기성세대는 여러 형제나 친구와 어울려 다투고 풀면서 자라느라 심심할 틈이 없었다. 요즘 아이들에겐 부모 등살로 스트레스의 고공 행진이다. 참다운 삶과 인성 여백인 동심 위에 걸핏하면 “절대 지지마라”는 절절한 무장을 사사건건 부모가 주동하거나 대행하다보니 자녀들 역시 순수를 잃어 혼란과 충동, 일탈 등 이런저런 어려움에 빠진다. 채찍질만 한다고 계속 달릴 수 없다.

‘무조건 이겨야하는 한풀이식 욕심’ 부모 정서가 팽배해 있다. 생존을 헤치려면 경쟁이 필수지만 지나치게 오르는 일에 줄곧 올인해 왔다. 말로는 지식 정보화 시대의 홀로서기인 ‘자기주도 생활인’을 곧잘 운운하면서 조급한 나머지 부모의 계산된 틀 속에 여전히 원격 지휘하는 생활로 창조적 사고나 지혜란 어불성설이며 큰 오해다.

방학이 달라졌다. ‘쉼’의 개념을 떠나 진정한 사람을 만드는 세대 간 역할기회로 생각을 바꾸고 있다. 방학과제도 달라졌다. ‘딸·아들이 어떤 사람이 되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부모와 평범한 생각을 나눈 시간에 비례하여 마음이 자라고 세상 품는 뼘도 넓어진 사례들로 넘친다. 위대한 것은 소박한데 있음을 방증한다. 하루 종일 흙투성이 된 자녀에게 신났겠다며 맞장구쳐주는 부모 생각의 변화야말로 채널과 주파수를 맞춘 공감 아닌가.

◇소중한 ‘내 아이’ 장래?

“소나기가 내려 장미를 활짝 피운다면 그 비를 미워할 이유가 없다”는 브론테의 말처럼, 새끼한테 배울 게 많은 어미일수록 행복하다. 18÷2=9를 맞힌 아이가 18÷9는 헤맨다. 수학에서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여 무의적으로 답이 나올 수 있는 게 곱셈 구구인데 2×9와 9×2도 끙끙거린다. 기본적으로 곱셈 공부 이후 나눗셈을 하는 이유다. 그러나 점수 공포 때문에 18÷2=9를 달달 암기한 줄도 모르고 점수만 오른 것을 위로 받으려는 부모의 치명적 고장, 미래는 참담하다. 걸음마를 건너 뛴 쾌속 달리기와 무엇이 다르랴. 선무당 사람 잡기 일쑤다. 모름지기 부모의 열정은 소중한 ‘내 아이’를 ‘합리적인 아이’로 변화하도록 함께 꿈을 가꾸는 과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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