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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龍)이 곧 대박은 아니다오병익 청주경산초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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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19  21: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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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렷을 적 동심을 키우던 고향마을엔 거의 집집마다 가족 수 만큼, 복순이·복슬이·복동이·복칠이로 이름진 개 형제들이 떼 지어 우리와 함께 놀았다. 집동가리마다 쑤셔놓고 논밭을 나서는 식구들을 따라 하루 해도 넘겼다. 기차통학으로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언제나 든든한 보호자인 우리집 두 마리 개가 4km쯤 되는 정거장까지 배웅과 마중을 거르지 않은 채 경호역할까지 해줬다. 기적소리라도 들리면 늦는가 싶은지 앞 뒤에서 나를 다그쳤다. 이런저런 일들로 머리가 어지러울 때면 지난 날 애견의 생활 모습 하나하나가 교과서처럼 다가왔다. 유난한 새끼 사랑과 남매끼리 우애는 우리 팔남매에게 정규 커리큐럼 이상이었다.

/강아지를 많이 키운 어미는/ 자기희생을 깨금발로 감당한다.기름 다 빠져나간 뼈마디/ 새끼들 눈치 챌까 봐서번갈아 한 쪽씩/ 가슴에 묻고 섰다./ “멍 멍 멍”/ 끊어질 듯 꽉 꽂힌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테 날려 / 깔끔한 감성 불러내는 신사“멍 멍 멍…”/ 혹시 감기라도 올까 봐 몸을 원통처럼 휘어/ 반야의 심지를 돋운다. 제 몸만 움직여 다시 싸고 있는 걸(후략) 필자의 시 ‘희망의 씨 내림‘시작 부분처럼, 동안거에 든 스님들이 묵언으로 긴 시간 정신삼매를 할 때, 속세도 한껏 조이며 첫 단추의 중요성을 다짐하듯 저마다 장미 빛 희망을 품은 채 흑룡의 해를 맞은 지 벌써 달포가 지났다. 그러나 너무 크게 계획했던 일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고 작심사흘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60년 만의 길년(吉年)을 요란하게 부추기는 건 뭐니뭐니 해도 상술이 단연 최고다. 정말 전설 속의 용인데 비해 저마다 꾸미고 그린 독특한 용의 모습과 자주 만난다. 머리 핀에서 가방 속옷까지 온통 용이 대세다. 결혼 예약이 줄을 잇는가 하면 출산도 특수다. 좋은 게 좋다고 야단들 이니 저마다 횡재를 외면하지 않는다. 다시 온 세상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용을 미화한 대박에 집착하기도 한다. 좋은 꿈을 ‘용’에 비유하고, 출세를 등용이란 낱말로 표현했다. 그러나 용은 생각처럼 쉬운 12간지가 아니며 공짜의 표상은 더욱 아니다. 잔설을 군데군데 안은채 나목의 잔가지를 뚫고 내민 하늘이 눈부시다. 잔머리 굴려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어정쩡한 고민을 떨치고 오히려 충직한 개같은 삶이 오히려 횡재를 능가할 무기 아닌가?

◇작은 걸음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대박 지름길

선거가 가까워 오니 부쩍 악수를 청하는 사람 숫자가 많아졌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찾아와 학연 지연 혈연의 연줄을 들먹인다. 어떤 이는 엉뚱한 정보를 들먹이는 바람에 훤히 속까지 드러나기도 한다. 졸업식 축사를 제안하며 허리를 굽힌다. 엄청난 공약을 들고나와 유권자를 현혹시킨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선거병 중증?’ 이야기도 들린다. 백세를 일년 앞두고 저승으로 향하신 옆집 할아버지께서 귀에 덕지가 앉도록 타일러주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란 말씀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의 몸살에 휘말린다. 그런데도 구태를 벗지못한 선거풍토를 아이들 볼까 두렵다. 교단 위의 선생님이 잘 가르쳐도 학교 밖은 요지경 천지 아닌가? 강제로 공부를 시킬 순 있어도 가려보고 골라 듣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배워간다. 동으로 배를 저을 때 서풍을 만나면 행복하고 맞바람과 힘겨루기를 시작하면 그 반대가 되듯 요행은 있을 수도 없고 설령 잡았다해도 언제 어떨지 모를 아슬아슬한 곡예다.

모 주간지에서 조사한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64.1이라는 평균점을 보도한 바 있다. 평어로 환산하면 ‘미(보통)’ 쯤에 해당된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어정쩡한 점수다. 연령대별, 개인별 편차가 있긴 해도 그 지수를 좌우하는 획은 대부분 정치로 꼽는다. 정말 머리가 터져라 싸울지언정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라면 하나가 되어 발벗어야 옳다. 도무지 헤아리기 조차 힘든 갖가지 특혜를 무슨 낯으로 챙기는지 불량할 건 양심뿐일까? ‘숨이 멎을 때까지 정년 없는 직업’ 이라며 ‘농자천하지대본’의 풍후한 미소를 품는 농심 그 자체가 바로 지수만점 행복으로 채점된다.


어둠 짙을수록 멀리 품는 등대 원 그리며 돌아돌아 깨달음 지켜온 삶, 내 밥 덜어 옆 사람에 채워주며 ‘물 말아서 더 먹어라’ 했던 그런 내심의 끈이야 말로 복원해야할 국민적 울림이다. 국민가수 국민오빠는 있어도 국민정치인은 아직 없다. 횡재야 말로 용이 대신하는 게 아니다. 비룡(飛龍)까지의 얼마나 많이 비틀거리고 넘어지며 터졌으랴. 뚜벅뚜벅 한발짝 한걸음, 바로 대박으로 가는 국민밑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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