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굽지 않아도
고소한 냄새 집안에 진동했던 신혼엔
태평양 건너의 벗이
그곳까지 고순 내가 나서 배 아프다고
전화기 속에서 킬킬 거렸다
쌀살 돈 떨어져 보리죽 먹고 첫 애 낳으러 가던 날
말로만 듣던 전어구이 한 번 먹으면
순풍순풍 애도 잘 낳을 듯했지만
언감생심 입조차 못 떼 봤던 그 시절

이제 그 전어를 굽는다
원 없이 먹어보지만 고소한 줄 모르겠다
씁쓸한 창자 맛과
깔짝거리는 가시에라도 걸린 듯
울컥 목이 멘다
퇴근 후 허겁지겁 술자리로 달려간 남편
친구 생일 파티에 참석 중이라는 딸내미
동아리 모임서 저녁 먹고 들어가마고
전화로 알려온 아들의 자상함까지
자꾸만 잔기침을 만들고
먹을수록 허기가 더해져
마지막 남은 한 마리 전어를 굽는​ 저녁
마당가에 피워둔 화롯불 부질없이 사그라지고
불티 든 적 없는 눈 가에는
살포시 맺히는 이슬
 

▶2010 <문학광장> 시 등단
▶만해 한용운 시맥회 시 입상
▶좋은생각 생활문예대상 입상
▶시와소금 시인협회 회원
▶https://blog.naver.com/you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