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군부대 내에 영어교습소를 만들어 전역을 2~3개월 앞둔 장병에게 영어를 교육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제2의 중동 특수’를 맞아 우리 기업과 젊은 인력의 진출이 늘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동 국가들은 요즘 ‘오일 머니’가 쌓여서 어디든 쓰려고 하니 우리 젊은이들이 진출하면 아주 좋을 것"이라며 이 같이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통령이 국방장관에게 얘기했으니 사단, 연대, 대대로 가면서 호들갑을 떨 게 분명하다. 연대장이 잠깐 지나간다 해도 전 대대원이 동원돼 길을 청소하는 게 군대 아니던가.

그러니 교습소 정도야 내무반 하나 정리해서 간판만 바꿔달면 그만이다. 그러나 강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많은 부대에 가르칠 실력 있는 강사를 초빙하려면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대부분 산골짜기 등 외지에 있는 군부대에 잘 해야 일주일에 한두 번 교육하려고 강사들이 가겠는가.

결국 자체 해결해야 하는데 강사로 나설 실력이 되는 병력이 몇이나 되는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백날 영어로 떠들어봐야 효과가 없다는 건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중동 취업을 위한 영어를 가르치겠다는데 고졸 병력들의 경우 해외 취업용 영어를 배우기가 그리 쉬운가.

이 대통령이 영어교습소를 언급한 건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뒤였다. 현재도 중동지역 채용정보는 많다. 그러나 취업사이트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영어보다 특정 직종 경력을 원하고 있다. 영어만 잘 한다고 해서 제대하고 바로 중동에 취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2008년 당선인 당시 인수위를 통해 영어만 잘 하면 군대에 가지 않고 '영어교육요원'으로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병역특례 방침을 내세웠고 당시 언론들은 영어만 잘 하면 군 복무를 면제 받게 됐다며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이 정책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현 정부는 영어 몰입교육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영어 수업을 강화하면 사교육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던 그들의 주장이 지금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가?

이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었던 이경숙 씨는 2008년 초 "미국 사람들은 오렌지라고 하면 못 알아듣고 어륀지라고 해야 알아듣는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지만 한글문화연대는 그 해 12월 이 씨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과 함께 우리말 해침꾼으로 선정했다.

이상한 맹신에 사로잡힌 대통령과 정부의 이상한 정책 때문에 이래저래 국민들은 심신이 고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