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데일리
칼럼칼럼
언어 파괴, 심각 단계다
오병익  |  obinge@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7.22  22:30: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말 많은 사람 천지다. 겨우 말을 배우기 시작한 유아들도 요상한 말을 토해내 부모를 기절시킬 정도다. 청주가 유례없는 대형 수해로 비상체제의 팔을 걷어붙일 때 해외연수 길에 올라 지탄을 받던 충북도의원이 나무라는 사람들에게 ‘레밍(lemming : 쥣과의 포유류)’이란 낱말을 섞어 정면 대응으로 맞서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묵사발 됐다. 학교급식종사자 파업을 “미친X들”로 싸잡은 국회의원도 혼쭐났다. 최근 불거진 모 제약회사 회장 역시 “주둥아리 닥쳐. 애비가 뭐하는 놈인데” 등 운전기사의 인권유린을 밥 먹듯 패륜적 극언을 즐겼다.

정치인의 “기억 안 난다”는 상용어도 후안무치형 국해어(國害語)수준이다. 생각할수록 언어 파괴 정도가 심각 단계다. “직장생활이 힘들면 농사나 짓고 살라”던 스타강사, 농민들에게 상대적 허탈감을 빚었다하여 장기간 강의 중단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개까지 견공(犬公) 으로 예우하는 현실, 사회적 약자를 무시한 언사야말로 더욱 용서받기 힘들다. 걸핏하면 쏟아내는 특권층의 철밥통 같은 제왕적 언어, 언제까지 두고 봐야하는지 모를 일이다.

가족 방송프로그램에서 조차 적합하지 않은 쌍욕을 섞으며 시시덕거린다. 정작 그럴 때 ‘주둥아리 놀린다’고 하잖는가. 그런대도 거름 장치는커녕 방송국마다 겹치기로 불러 오염을 부추기고 있으니 언어의 감각마저 흔들릴 정도다.

욕설을 달고 사는 청소년들의 일상 언어를 들여다보면 아찔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가정교육과 공교육이 일그러진 결과’로 분석한다. 물론, 양념 정도라면 생활의 필요악으로 넘길 수 있다. 스트레스 크기만큼 분출돼야하는 원리를 누가 모르랴. 그러나 막말이 순화된 우리말처럼 때와 장소, 사람 가리지 않고 뱉는 게 더 문제다. ‘왕따, 학교폭력, 인성의 몰락’ 등을 짚어보면 근원적으로 말의 일그러짐에서 비롯돼 마침내 상실의 늪에 빠지는 사례를 흔하게 접하지만 거기에 대항할 문화가 전혀 없다.

두 살 터울 손주끼리 다투다 /에미 눈에 딱 걸렸다. /“누가 잘못한 겨? /형아, 아니 동생이… /다시 한 번 묻겠어. /누가 혼날까? /저요. 아니 전 대요” /그렁그렁 달린 눈물을 닦아주며 형아가 더 크게 운다. /아이만도 못한 어른들의 말솜씨를 질타한 필자의 동시 ‘용서 연습 중’이다.

말은 희망과 좌절의 힘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다양한 실제 삶 속의 울림을 통해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아무리 어떤 얘기를 하고 싶어도 때가 아니면 기다려야 한다. 공직자가 특히 분신처럼 챙겨야 할 덕목 아닌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누구를 위해 있는지. 무엇 때문에 존재 하는지’ 정체성 있는 공복(公僕)의 경쟁력은 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을 선별하는 일부터다. 말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매우 능란하게 쏟아낸 임기달변(臨機達辯)보다 서툴러 숨을 몰아쉴지언정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눌변(訥辯)이 훨씬 낫다. 언어에 온기를 잃고 있다는 것은 결코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오병익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514 청주스포츠타운 4층  |  대표전화 : 043)273-2580  |  팩스 : 043)274-2580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충북 아 00065  |  등록일자 : 2011.08.24  |  발행ㆍ편집인 : 김태순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태순
Copyright 2011 세종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jdail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