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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제이는 역사적 ‘우(愚)’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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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4  23: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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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이이제이(夷以制夷)’란 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제압 한다는 뜻이다. 이 전술의 역사는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중국 고사를 보면 송나라 범엽이 쓴 후한서 등훈전(鄧訓傳)에 이 용어가 등장한다. 장군 등훈은 강족(羌族)과의 싸움에서 북방의 소월씨족을 이용하여 ‘이이제이’전술을 구사할 것을 제의 받는다. 즉 오랑캐를 치는데 관리 하나가 ‘오랑캐는 오랑캐로 제압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등훈은 이를 거부하여 소월씨 전사들을 성안으로 모두 불러들였다. 등훈의 이 전략은 결국 강족을 퇴각시켰으며 희생당하지 않은 소월씨족은 등훈을 은인으로 섬겼다.

고대 중국에서 ‘오랑캐(夷)’란 주변의 이민족을 비하한 용어다. 대륙의 변방에 사는 이민족을 남만(南蠻), 북적(北狄), 서융(西戎), 동이(東夷)로 지칭하고 이들은 오랑캐로 불렀다. 중국에서 동쪽인 한반도는 바로 ‘동이’였다.

이이제이 전술은 중국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고구려는 여러 부족으로 이뤄진 ‘말갈(靺鞨)’을 제압하여 정복 전쟁 때 이들을 앞세웠다. 기병으로 무장한 용감한 말갈 전사들을 전방에 세워 큰 효과를 봤다. 그리고 이들을 새로운 정복지에 나누어 살게 했다.

경기도 포천시 속칭 반월성에서 찾아진 ‘마홀(馬忽)’이란 명문기와는 바로 말갈의 진주를 뜻하는 것이다. 포천은 신라 경덕왕 때 한자를 빌어 지명을 정리할 때 마홀을 ‘청성(靑城)’이라고 고쳤다. 말갈성을 한자로 표기하면 ‘청성’이 되는 것이다.

충북 청주는 삼국시대 고구려 낭비성 이었다. 일부 학자들은 말갈군이 오래 진주했던 이곳이 청주(淸州)로 표기 된 것도 말갈이란 표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당나라도 신라를 정복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때는 말갈을 이용한다. 그 것이 바로 매초성 (買肖城)전투였다. 당나라에 귀화한 말갈 장군 이근행을 앞세워 20만 대군으로 한강을 육박해 왔다.

그런데 이들 연합군은 매초성에서 신라 정예군에게 대패했다. 당나라는 서둘러 평양에 설치했던 도호부를 요양에 후퇴시켰지만 인적 피해는 많지 않았다. 20만명이나 됐던 말갈 등 연합군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말갈의 후손들이 후에 금나라를 세워 명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대륙을 통일하여 청(淸)을 세운 것이다. ‘淸’이란 바로 ‘말갈’의 한자표기이다.

명나라의 운명이 기울어질 때 숭정제(崇禎帝)는 조선에 군대 파견을 요청했다. 그러나 광해군은 청나라의 후환을 걱정하여 군사지원을 외면했다. 무너져 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황제는 이이제이로 조선을 이용하여 후금(淸)을 치려한 것이다. 숭정제는 반란으로 황도가 무너지기 전 황비와 비빈들을 자살케 하고 자신은 목매 자살했다.

청나라는 말기 열강의 진입을 제어하기 위해 이 전술을 쓰려했으나 결국 영국, 일본에 당하고 말았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대청(大淸)’은 결국 멸망하여 마지막 황제 푸이는 그들의 구토인 만주로 쫓겨 가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조선도 황제국을 선포하며 열강의 세력을 이이제이로 막으려다 결국은 일본에게 당하는 운명을 맞이한다. 러시아를 이용하여 일본을 경계하고, 청을 부추겨 일본을 제어하자는 전략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최근 중국 최고 지도부가 북한이 오랜 혈맹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북한을 이용하여 미국과 일본 한국을 제어하는 이이이제를 연상케 하는 태도다. 자칫 세계 대전으로 비화하여 미증유의 비극이 될지도 모를 북한의 핵개발을 두둔하는 인상이어서 전근대적 사고로 불안하기만 하다.

전쟁이 발발하면 대륙의 안위도 보장 받기 어렵다. 중국은 지금 국제사외와 공조하여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데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이제이가 성공할 수 없음을 역사가 증명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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