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옥천군 동이면 안터마을 앞 대청호가 관광객들로 뒤덮여 있다. 안터마을은 1월 6~2월 13일 이곳에서 겨울문화체험장을 운영해 7만명이 넘는 광광객을 끌어들였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은 대청호에 둘러싸인 전형적인 산촌이다.

댐 건설로 마을 일부가 물에 잠기면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회지로 떠났고, 남은 주민들은 벼와 콩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빈촌이다.

그러나 3년 전 겨울 마을 앞 대청호에 빙어낚시터와 썰매장이 개설되면서 한해 1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이 마을은 올해도 1월 6일부터 2월 12일까지 빙어낚시와 썰매를 즐길 수 있는 '겨울문화 체험장'을 열었다.

행사 기간 찾아온 방문객만 7만명이 넘는다. 주민들은 썰매를 빌려주거나, 간이음식점 10채를 임대해 7천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금 중 2천여만원은 주차관리와 쓰레기 수거 인건비로 쓰고 나머지는 마을 공동재산으로 적립할 계획이다.

마을 총무 강정옥(56ㆍ여)씨는 "잡상인을 막기 위해 마을에서 직접 간이음식점을 지어 1채에 100만원씩 주민에게 임대했다"며 "장사가 잘된 곳은 1천만원 넘게 벌었다"고 말했다.

이 마을의 변신은 주민들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2009년 직접 만든 썰매로 체험장을 개설한 주민들은 이듬해 농수산식품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로 뽑혔다. 그때 지원받은 2억원으로 600여 대의 썰매와 스노우모빌을 구입했다. 승마 체험을 위해 제주도에서 조랑말 2필도 들여왔다.

살림 규모가 커지자 지난해 1월에는 체계적인 경영 관리를 위해 농업회사인 ㈜안터마을을 설립했다. 주민들이 주주로 참여, 이사회도 구성됐다.

법인 대표인 박효서(47) 이장은 "작은 물품이라도 구입하려면 반드시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며 "법인이 설립된 뒤 주민 스스로 마을살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기회도 늘었다"고 말했다.

'살기 좋은 동네'라고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63가구, 115명으로 주민 수가 늘었다.

박 이장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이사를 와 20∼60대 인구 비중이 60%가량 되고 유치원생과 초등생도 27명이나 된다"며 "이런 추세라면 20여년 전 폐교된 마을 앞 초등학교를 되살리자는 말이 나올 것 같다"고 자랑했다.

주민들은 6월에 '반딧불이 축제'를 다시 연다. 재작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세번째인데 농업회사 법인도 생긴 만큼 제대로 해볼 계획이다.

이 무렵 마을 뒷산에 떼지어 나타나는 반딧불이와 산딸기 수확, 손두부 만들기, 승마 체험 등을 관광상품화해 다시 한번 도시인들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조규남(72) 노인회장은 "겨울과 여름 축제가 번갈아 열리면서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며 "예전 같으면 경로당에 모여 화툿장이나 만지던 노인들도 마을 일을 돕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