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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철 금강보 개방 신중을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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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8  19: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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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조선시대엔 농사철 가뭄이 최악의 재앙이었다.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굶주린 눈에서는 피눈물이 났다. 임금은 자신의 정치를 반성하여 술과 고기반찬을 끊었다. 풍악을 울리지 못하게 하였으며 음주도 금지 시켰다.

태종시기 아홉 번이나 금주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많은 해에 가뭄이 들었던 것 같다. 선조는 가뭄을 궁녀의 한이 서린 것으로 여겨 일부를 출궁시키기도 했다.

조선 중기 문신 황준량(黃俊良. 아호 錦溪)은 퇴계 이황이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 그가 스승이 군수를 역임했던 단양군수로 부임하게 됐다. 황군수는 임지에 오자마자 가뭄으로 인한 농민들의 피폐한 삶을 충격적으로 목격한다. ‘아! 이 불쌍한 백성들을 어찌 하란 말인가“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어 소나무 껍질을 벗겨 연명했다. 일부는 집을 버리고 걸식에 나섰으며 부역(賦役)을 이행하지 못했다. 황준량은 단양관아에서 서울로 달려와 대궐문 앞에 엎드려 눈물어린 상소를 한다.

-(전략)...단양은 농토가 본래 척박해서 홍수와 가뭄이 제일 먼저 일어나는 곳입니다....곤궁한 자는 이미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아, 새들도 남쪽 가지에 둥지를 틀고, 짐승도 자기가 살아가던 언덕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고 하는데, 고향을 떠나기 싫기는 사람이 더욱 심한 것 아니겠습니까...(하략)...-

명종은 황군수의 눈물어린 상소를 듣고 단양주민들의 부역을 10년 면제 해주는 은전을 베풀었다.

가뭄을 대비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천 수백년전 부터 있어왔다. 백제는 중국 남조로부터 제방축조기술을 배워 일본에 전수하기도 했다. 전북 부안의 벽골제는 백제 토목기술의 산물이다. 우륵 설화가 어린 제천 의림지는 신라 때 축조된 것이다.

한 보고서를 보면 가뭄은 인류에게 큰 재앙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나타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멸망시킨 원인을 가뭄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약 300년 동안 건조화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문명은 종식되었다는 것이다. 남미 마야 문명도 900년경 갑자기 사라졌다. 물이 없자 마야인들도 그들의 비밀스런 성전을 두고 떠났다.

미래학자들은 물 부족사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1인당 강수량도 세계 평균의 12%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의 70% 정도가 급경사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간다. OECD는 2050년이면 한국의 물 부족 상황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환경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 4대강사업을 밀어붙인 것은 물 부족에 대비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금강보등 여러 곳의 수문이 6월1일부터 개방될 것이라고 한다. 수문개방은 날로 심각해지는 녹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녹조의 주된 원인은 환경오염이다. 댐이나 보 상류에서 흘려보내는 가축. 생활폐수등 오염으로 인한 부영양화현상이다. 그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일상생활의 세제, 삼푸등 석유화학제품의 남용이다. 이 안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는 하수처리로도 불가능하다.

수문을 개방한다고 하자 물 수혜를 입고 있는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 당장 어떤 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몇 년 전 서천군청의 요청으로 금강하구둑의 수문 개방논의가 활발했을 때 제일 반대한 것은 익산지역 농민들이었다.

보를 열어 가둔 물을 다 내보냈다가 가뭄이 들어 농사라도 망치면 그 원망을 어떻게 감수할 것인가. 때가 농사철인 만큼 수문 개방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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