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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주 광해군의 역사 반추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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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5  19: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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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조선은 두 임금을 권좌에서 몰아냈다. 임금을 폐위시키고 새 임금을 세우는 것을 반정(反正)이라고 한다. 반정을 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했다.

연산을 몰아낸 것은 패륜적 폭군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폐비 윤씨의 복수를 위해 조정을 피로 물들였으며 궁중을 난륜과 공포로 물아 넣었다. 일설에는 어릴 때부터 유모처럼 돌봐주던 외숙모를 궁중으로 불러들여 겁간까지 하고 성병을 옮겨 자살케 했다는 얘기도 전한다.

인조반정으로 쫓겨난 광해군은 억울한 면이 있다. 반정의 이유는 인목대비를 폐위시키고 아우인 영창대군을 죽였다는 패륜이다. 실지 광해군은 인목대비를 폐위시켜야 한다는 대북파의 극성스런 주장이 있었을 때 하늘을 우러러 개탄했다. 대북파는 바로 자신을 왕위에 오르게 하는데 공헌한 일등공신 세력이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도대체 내가 무슨 죄가 있기에 어쩌면 이다지도 한결 같이 혹독한 형벌을 내린단 말입니까? 차라리 신발을 벗어던지고, 인간 세상을 벗어나 팔을 내두르고 멀리 떠나서 바닷가에서 살며 여생을 마치고 싶구나.”

광해군은 총명한 임금으로 재임 중 치적은 대단했다.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한성부의 질서를 회복했으며, 창덕궁과 경희궁·인경궁을 준공했다. 일본과 다시 외교관계를 터 포로로 끌려갔던 많은 백성들을 되찾아오게 했다. 대동법(大同法)의 실시나 동의보감을 위시한 많은 서적의 간행은 위민(爲民) 업적으로 평가된다.

광해군이 폐위 당하자 신흥 청나라는 조선을 침공한다. 사실 광해군은 명·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여 조선을 보호하려 했다. 이것이 반대당의 미움을 샀으며 실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새 임금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나라 황제를 향하여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찢는 삼배구고두례(三拜九敲頭禮)라는 치욕적인 항복례를 실시했다. 청나라 군대의 약탈과 부녀자납치로 백성들은 또다시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두 번에 걸친 호란 끝에 포로로 끌려간 백성의 숫자만 50만 명이나 되었다.

광해군은 폐위 된 후 강화도에 안치됐다. 그리고 이괄의 난 때는 일시 태안으로 옮겼다가 나중에는 제주도로 갔다. 강화에 있을 때 세자가 땅굴을 파 도망가려다 발각되자 폐빈 박씨는 자살했으며 세자도 목숨을 끊었다.

폐주는 실각 후 18년간을 귀양지에서 비참하게 살았다. 조정에서는 반정 주도세력들이 후환을 없앤다는 구실로 광해를 죽여야 한다는 상소를 수차례 했으나 인조는 말을 듣지 않았다. 광해가 제주에 왔을 때 제주 목사는 그래도 모시던 임금이라 깍듯이 예를 취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했다.

“공자(公子)께서 만약 임금으로 계실 때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를 물리쳐 멀리하고, 환관(宦官)과 궁첩들로 하여금 조정 정사에 간여하지 않게 하였더라면 어찌 이런 곳에 오셨을 것입니까? 덕을 닦지 않으면 배 가운데 사람이 모두 적국(敵國)이라는 옛말을 모르십니까?”

구속 중인 박 전대통령의 유·무죄는 재판을 받아야 결론이 나겠지만, 재임 중 정치 외교적으로 업적이 컸던 것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광해군처럼 비선과 십상시로 비판을 받았았던 측근 비서관들의 장막에 가리었던 것이 민심이반의 주요 원인이었다. 당에도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온통 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새 정부가 들어 선 상황에서도 북한은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주변 강대국의 각축장으로 변한 한반도의 안보 운명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게 됐다. 지금의 시대 상황이 폐주 광해군시대의 역사와 너무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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