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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도 자고 가는 추풍령 애환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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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03  21: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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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추풍령은 민족의 정한이 어린 고개 마루다. 천 수백년 영남과 충청을 잇는 애환의 길이었다. 본래 추풍(秋豊)으로 불리던 것을 유아한 풍류를 좋아한 선비들이 ‘추풍(秋風)’으로 고쳐 썼다는 설도 있다.

시구로 회자한 것은 좋았으나 과거를 보러가는 선비들이 고개를 넘어가는 것을 싫어했다. 행여 ‘추풍낙엽’처럼 떨어질까 생각하여 먼 새재(조령)로 우회하여 갔다는 일화가 전한다.

추풍령 관리(官里)는 관리들이 쉬어 갔던 역원(驛院) 자리였다. ‘추풍역(秋豊驛)’은 조선 시대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나온다. 김산군(金山郡) 김천 찰방에 속한 20개 역 중의 하나였다.

옛날 추풍령에 하반신이 뱀으로 태어난 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뱀 총각이 착한 신부를 만나 허물을 벗고 사람이 됐다는 것이다. 이 고개의 또 다른 이름은 메밀밭이 많았다고 하여 백령(白嶺)이다. 새하얀 메밀꽃이 온통 고갯마루를 뒤덮었다고 하니 고개를 넘나드는 객들의 볼거리였을 게다.

추풍령은 또 당마루고개(唐嶺)라고도 불렸다. 당마루마을은 경북당마루와 충북당마루로 나누어져 있다. 신라시대 당나라 병사들이 주둔 했던 곳이라고 한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자 군사를 파견한 당나라는 여러 곳에 군사를 주둔시켰다. 당나라의 속셈은 신라마저 지배하려는 것이었다. 신라는 당초 약속과 위배 된다고 하여 저항 전쟁을 벌였다.

상주에 내려오는 속전에 따르면 신라 군사들은 당나라 3천명의 군사들을 위로하는 잔치를 베푼 다음 이들이 만취하자 모두 땅에 생매장 했다고 한다. 졸지에 많은 군사들이 어디론지 사라지자 남은 군사들은 공포에 싸여 도망가거나 흩어졌다는 것이다. 혹 대당항전 유적이 추풍령 당마루는 아니었을까.

임진왜란 때 영동 출신 의병장 장지현은 추풍령을 사수하다 이곳에 묻혔다. 장지현은 3백명으로 왜군 2만 명을 맞아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했으나 적장 구로다(黑田長政)가 이끄는 왜군의 협공을 받아 장렬히 전사했다. 왜적들이 절대 추풍령을 넘지 못하게 하겠다는 장지현의 임전무퇴의 정신에 머리가 숙여진다.

6.25당시 후퇴한 국군은 낙동강을 건너 북진하면서 추풍령을 넘었다. 전후시기 인기가 있던 ‘전우여 잘 있거라’ 2절 가운데 추풍령이 등장한다.

‘우거진 수풀을 헤치면서 앞으로 앞으로 / 추풍령아 잘 있거라 우리는 돌진한다 / 달빛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 먹던 /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아직도 남상규가 부른 가요 추풍령은 장 노년층에서 인기가 높다. ‘바람도 쉬어가고 구름도 자고 가는 굽이마다 한 많은 사연, 흘러간 그 세월을 뒤 돌아 보면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 고개...’

한국자유당 대선 후보 홍준표 후보가 유세장에서 가요 ‘추풍령’ 노래를 직접 불러 화제가 됐다. 그는 18살 때 하숙비 1만4천원을 손에 쥐고 대학 진학을 위해 대구에서 서울까지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추풍령을 넘었다고 했다. 어디 홍 후보뿐이랴. 6.25 전란의 잿더미위에서 집과 가산을 잃은 가난한 청년들이 겪어야 했던 삶이자 역사이기도 하다.

추억의 추풍령이 이처럼 우리에게 회자 된 시기도 근년에 와서는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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