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가 도정질의 답변을 둘러싼 여야 간 충돌로 15일 개막 첫날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질의자가 구체적인 질문요지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5기 충북도정 9대 출범 후 첫 사례가 된 파행의 발단은 한나라당 김양희 도의원이 개회 직후 이시종 지사(민주당)를 상대로 도정 질문에 나섰으나 답변석에 오른 이 지사가 김 의원의 질의에 답변할 수 없다고 하면서 비롯됐다.

이 같은 사태는 이날 제305회 충북도의회 정례회에서 김 의원이 최근 도에 구체적인 질문 내용은 생략한 채 제목을 열거하는 수준의 질문 요지서를 보낸 것에 대해 도가 "질문 요지가 불명확하고 구체적이지 못해 답변 요지서를 제출하기 어렵다"고 되받으면서 어느 정도 예고됐었다.

이 지사는 이날 본회의에서 "도의회 회의 규칙 73조 2에는 '의원이 도정에 대해 질문하고자 할 때는 요지와 소요시간을 적어 의장에게 제출하고 의장은 본회의 개회 4일 전 도지사와 교육감에게 보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김 의원이 질문 요지서를 제출했다면 답변하겠지만, 질문 요지서가 없어서 답변서를 작성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답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사의 답변거부에 대해 김 의원은 '인사관리', '조직개편과 운영', '정책집행과 운영' 등에 대한 서면질의서를 전문위원실을 통해 의회사무처에 통보했다. 사무처는 질의서를 접수했고 공식적인 이의신청도 없었다"고 항의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김종필 도의원은 "나도 지난 임시회에서 한 줄짜리 질의요지를 사무처에 보냈지만 도정질의를 못하게 막는 일은 없었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의 강현삼 의원도 "의장과 상임위원장들이 사전에 김 의원의 질의서가 문제될 것을 알면서도 도정질의를 강행한 이유가 뭐냐"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고의로 사태를 키운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김 의원과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고함을 주고받는 등 파행이 이어지자 박문희 의회운영위원장은 "요건을 갖추지 않은 질문 요지서를 왜 공식접수 처리하느냐"고 의회사무처와 정무부지사를 나무라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례회 첫날 일정은 민주당-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고함소리만 난무한 채 끝이 났다.

이날 파행은 의회 수뇌부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도,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집행부 감시 견제기능 소홀 비난
'염불보다 잿밥'에 눈 어두워

충북도의회 파행은 예견된 일이다. 충북도의회는 감시와 견제기능보다 집행부 감싸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의회 본래 역할은 등한시 한 채, 염불보다 잿밥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문제는 우선 원구성이다. 다수를 앞세워 소수 의견이 무시되는 것이다. 그리고 초선이 대부분인 것도 문제다.

지난 6·2지방선거로 출범한 도의회는 의원 31명중 초선의원이 28명이다. 의석 분포는 민주당이 25명, 한나라당 5명, 민노당 1명이다.

집행부 수장인 도지사 역시 민주당이다. 충북도정은 마음만 먹으면 민주당의 뜻에 따라 운영할 수 있다. 물론 집행부와 의회가 같은 당이라고 단점과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행부와 의회가 협력한다면 순기능이 더 크다.

하지만 의회는 집행부를 ‘감시와 견제’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항상 따른다. 집행부를 감시와 견제하지 못한다면 존재의미가 없다. 마치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지 않고 정부 나팔수 역할이나 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과 같다.

도민들은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라고 혈세를 내 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충북도의회는 본래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

지금 충북도의회의 집행부 편들기나 감싸기는 도를 넘고 있다. 동료의원들의 정당한 의정활동까지 욕설과 야유 등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민주당 소속의 일부의원은 본회의장에서 같은 당 소속 지사를 향해 낯 뜨거운 아부성 도정질의인 '이(이시종지사)비어천가'를 연출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이런 도의회가 주장하는 '유급보좌관제 신설' '의정비 인상' '의원사무처 인사권' 등에 누가 동의를 하겠는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는 시민정치가 정당정치를 이긴 첫 사례다. 당시 민주당은 후보도 내지 못했다. 시민단체나 재야 단체가 도와야 살아남는 ‘숙주정당’이 된 것이다.

충북도의회는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질문요지가 없으면 답변 조차 못하는 ‘로버트의회’다. 융통성이란 찾아보기 힘들다. 충북도의회도 변해야 산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제 역할을 못하는 충북도의회에 도민들은 분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