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자 그의 고향이자 정치적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충북지역 정가는 충격 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돕기 위해 탈당을 준비하던 충북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뉴스를 보고서 불출마 소식을 알았다"며 당혹스럽고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탈당 의사를 강력히 밝혀온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은 "충청권 대망론을 실현할 최적임자로 봤는데 안타깝다"며 "충청권 의원을 비롯해 6명이 주말쯤 탈당하자고 의견을 모은 상태였다. 일단 당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이종배(충주) 의원은 "불출마 결정을 미리 알았던 정치인이 없었다. 머리가 띵 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며 "순수한 정치 교체의 뜻을 펼치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쉽다. 더 잘 도와드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권석창(제천·단양) 의원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모르겠다"며 "엊그제 전화통화에서도 도와달라던 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대수(증평·진천·음성군) 의원을 포함해 반 전 총장과 행동 통일을 약속했던 이들 새누리당 충북 의원들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에 따라 일단 당에 잔류하면서 정치 지형 변화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고향인 음성과 그가 학창시절을 보낸 충주 주민들도 놀랍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잘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음성 광주 반씨 종중회 반선환 총무는 "문중에서도 반 전 총장이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적지 않았지만, 막상 불출마 선언을 접하니 당혹스럽다"며 "기대가 컸는데 대통령이 못 되더라도 나라를 위해 큰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향 마을인 행치마을 주민 반옥환(63) 씨는 "개인적으로는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는 걸 원하지 않았지만 시원섭섭하다"며 "외국에 나가서 큰일 하시느라 10년 동안 고생하셨는데 좀 쉬시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대통령 탄핵 정국이 반 전 총장의 불출마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나온다.

충청권 출신 대통령 배출과 지역 발전에 대해 걸었던 기대감은 큰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충주의 한 공무원은 "탄핵 정국이 아니었다면 반 전 총장이 꽃가마를 타고 대선 가도를 달릴 수도 있지 않았겠냐"며 "최순실이 충청도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공직자는 "반 전 총장 개인에 대한 평가를 떠나 지역이 발전할 좋은 기회였던 것은 틀림없다"면서 "반 전 총장에게 '묻지마 줄서기'를 하고, 실세인 척 행세하던 지역 인사들은 닭 쫓던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