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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는 가짜가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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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0  19: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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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중국 골동품 감정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 중에 ‘카이먼(開門’)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도자기를 감정하면서 진품일 때 이 말을 많이 쓴다. ‘한눈에 봐도 진품’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모방 도자기를 가리켜 ‘가짜’라는 말을 되도록 안 쓴다. 그 대신 ‘당대(當代)’ 즉 지금 시대에 만든 공예품이라고 표현한다. 당대 만든 정교한 공예품 가운데는 진품에 버금가는 비싼 값으로 거래 되는 예도 없지 않다.

수년전 중국의 유명 경매장에서 수백억짜리 고대 황제가 썼다고 하는 옥좌(玉座)가 거래 된 적이 있었다. 푸른색이 감도는 이 옥제 물건은 전문가들로부터 놀라운 찬사를 받았다. ‘고대 옥제 예술의 최고품’이라고 까지 평가됐다.

그런데 얼마 후 한 사람이 옥좌를 만든 장본인라고 나섰다. 옥기를 제작하여 팔고 있는 장인이었는데 자신이 만든 제품이 한 대(漢代) 유물로 둔갑하여 팔렸다는데 양심의 가책을 받고 고백을 한 것이었다. 옥좌를 만든 장본인이 나타나자 경매사는 고스란히 물어줄 수밖에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짜 도자기를 만드는 나라는 중국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경덕진에는 지금도 3백여 가마가 자기를 생산,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들 도자기가 고자기로 둔갑하여 다시 중국에 상륙하고 일부 상인들은 거짓 감정서를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중년 실업가는 원청화집호(元靑花執壺)로 불리는 도자기 한 점을 한화 9억원을 주고 샀다. 30억을 호가한다는 말에 있는 집안의 자금을 모두 털어 자기를 구입한 것이다. 나중에 이를 다른 경매장에 판매 하려고 내 놓았으나 당대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이 실업가는 사업도 망하고 가정도 파탄을 맞았다. 북한 접경인 압록강변 단둥은 북한에서 골동품이 모이는 곳이다. 과거 많은 골동품들이 넘어와 한국인들이 이곳을 통해 물건을 샀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가짜 도자기들이 넘쳐 나고 있다.

북한의 가짜 도자기 제작 기술도 이제 둘째가라면 서운해 할 정도이다. 인사동에서 평생 골동상을 한 모 인사는 재산을 털어 도자기를 샀다가 한 순간에 날리고 말았다. 전문가들도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그럴 듯하게 만든다.

한국으로 넘어오는 골동품 가운데 도자기 다음으로 많은 숫자를 보이는 것은 금속제다. 불상에서부터 탑, 향로 불기(佛器)등 다양하다. 이 물건들은 주물로 만들어 장기간 땅속에 넣어 두었다 꺼낸 것으로 실물과도 같은 녹소가 있어 전문가들도 속아 넘어간다.

필자는 지방의 한 개인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금동제 고구려삼존불이라는 유물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박물관은 고구려 시대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으나 신작이었다. 서울의 유수한 단체에서 전시 때 내 놓은 금동제 불상가운데는 교묘하게 만든 가짜가 많았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을 시끄럽게 한 최초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제는 문화재청이 중심이 되어 진위 판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필자는 몇 년전 이 증도가자 금속활자 기사가 난 후 제일먼저 가짜 활자라고 단언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신문에 나온 글자 가운데 여러 자가 ‘좌서(左書)’가 아닌 ‘정자(正字)’로 된 활자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떤 활자장이 정서로 활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가. 정서 활자로 책을 찍으면 인쇄 된 글씨는 거꾸로 되는 것이다. 이 한 가지만 봐도 함께 나온 증도가자는 진품일 가능성이 없다. 전문가라는 이들이 과연 올바른 감정안을 가지고 활자를 보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간다.

증도가자가 책을 인쇄했다면 마모가 심하게 나타나는데 신문에 발표 된 활자는 마모도가 없이 새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 중인 고려활자나 최근 개경 만월대에서 남북학자들이 발굴한 마모가 심한 활자와는 양태가 틀리다. 1천년 가까이 땅속에 묻혀있다 나온 활자들이 이렇게 새 것 같을 수 있을까.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는 일은 범죄행위다. 우리나라는 ‘카이먼’을 외칠 수 있는 자신 있는 감정가들이 없는 것인가. 전문기관들도 첨단 감정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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