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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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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1  18: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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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와, 신나는 방학이다.” 소리소리 지르며 학교 밖을 뛰어 나오는 동심들. 발표를 더듬던 아이도 짝과 자리다툼을 하던 개구장이도 한 달 넘는 특권을 쥐었다. 이번 겨울방학엔 국회의사당 견학 계획이 대세란다. “왜 하필 국회를…” “그건 비밀입니다” 나름대로 뭔가 감춰진 꿍꿍이속을 비치지 않으려 한다. 닭띠 새해, 수탉의 새벽울음과 아침식탁에 달걀이 끊긴 게 수수께끼다. 궁금증을 풀어갈 세상, 방학 외에 대신할 무기가 아직은 없다.

느슨한 발걸음 따라 방학 색깔도 여유롭게 물들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안 돼, 하지 마” 란 부모의 감정 언어가 밖으로 샌다. 부정적 잔소리의 반복은 갈등만 초래할 뿐 아이 성품까지 틀어지게 마련인데 걱정스럽다. 로봇처럼 원격조정에 아이들 생각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녀를 묶어 기계처럼 이리 뛰고 저리 발버둥 치며 정상을 추월하려든다. 도무지 창의나 자기 주도적 밑그림을 그릴 틈이 없다. 방학특권은커녕 부모가 부르는 노래에 질리고 있다. 부모부터 바뀌지 않으면 특권침해를 넘어 찬탈까지 불보 듯하다.

필자의 초등학교 4학년 방학에는 아버지께서 별난 과제를 주셨다. 두발 자전거 혼자 타기였다. 처음엔 자전거를 끌고 다니기조차 힘들었지만 자빠지고 부딪치는 횟수에 비례하여 자신감은 늘어갔다. 방학이 끝날 무렵, 윗동네 산길 내리막을 달리던 중 핸들을 미처 꺾지 못해 왼쪽 손목이 부러져 여러 날 고생 했으나 오히려 실수를 보너스로 채워주신 세월 속 아버지 기억은 최고의 방학특권이었다. 산이 높을수록 물소리 울림의 장조도 그 때 자전거 사고로 얻은 답안이다. 보약대신 호연지기를, 군불 지핀 방보다는 손수 발열(發熱)할 수 있도록 해주신 평생에너지, 아버지의 처방전 아니었을까?

엉뚱한 특권 내리기

방학은 조미료를 쓰지 않고 요리한 맛깔 나는 꿈이요 생명이요 미래다. 아이들이 건강해야 주체적 영역도 넓혀간다. 낯선 것일수록 바짝 달라붙는 방학으로 풀어야 옳다. 조류독감(AI)에 혼쭐난 닭·오리농장을 찾아 ‘왜, 언제까지 살 처분과 생매장만 계속돼야하는지’ 함께 예방과 생명존중 과제로 말이다. 아무리 초고속 시대라 해도 어린 시절에 경험할 과정을 건너뛰면 작은 실수에 쉽사리 좌절하고 만다.

방학은 세상과의 소통과 교감을 잇는 보너스다. 그러나 방학초입에서 ‘개학 좀 빨리 왔으면 살 것 같다’는 부모의 폭력수준(?) 언어로 자녀는 김빠진다. 반년 별러온 특권을 조각내니 동심인들 미어지지 않으랴. 특권이 뭔가? 특정한 사람만이 누리는 권리 아니던가. 그 걸 확인하러 국회를 간다는데 학부모들은 엉뚱한 특권 내리기에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래저래 조심스러운 건 아이와 부모 모두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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