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데일리
칼럼칼럼
연말을 사는 법
세종데일리  |  webmaster@sjdaily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12.04  20:23:2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12월 달력을 빼곡하게 채운 연말 모임마다 텅빈 자리가 늘고 해맞이 장닭의 새벽울음을 맨 정신으로 기다리기 힘든 요즘이다. 일 년이 아니라 굴곡의 한 시대를 정리하는 떨림 같다. 5년 계약서를 파기한 대통령은 아직 국민 공분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국회에 어정쩡한 코미디 대본을 들이댔다. 막상 핑퐁 과제를 받고는 무대책 수준을 넘어 이리 갈리고 저리 찢겨 꽤나 복잡해진 정국은 결국 각자도생이란 경고가 무성하다.

청와대-순실언니-재벌-승마-부정입학의 연결고리에도 금수저, 흙수저 아랑곳 않고 달동네를 오르며 연탄을 쌓는 예비대학생들 구슬 땀이 유구무언(有口無言)의 항변으로 흘러내려 되레 나이 먹은 게 부끄럽고 두렵다. ‘말(馬)은 타는 것 보다 소통이 먼저’란 승마 기본을 넘어 “약하니까 말굽에 밟히고 없으니까 말한테 당한다”는 대학입시 조차 요지경인 나라. 등칡처럼 꼬인 각종 게이트로 국민적 울화가 솟구쳐도 분노 절제와 질서 우선의 평화 촛불 메시지를 지켜가는 성숙된 시위문화야 말로 환란을 지혜롭게 극복해온 정직한 민족의 저력이라 싶어 오히려 뭉클하다.

필자에겐 버거운 짐에 눌려 살아온 제자들과 나란히 방송화면을 채울 색다른 연말 기다림이 있다. 그러니까 25년 전, 600여 어린이가 소박한 꿈을 가꾸는 광산촌 부근의 학교로 옮겼을 때다. 담임반은 이름하여 정신지체 아이들로 채워진 ‘국화반’이었다. 처음 의지와는 딴판으로 두려움의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원래 원적반(소속된 학급) 아이들과 적응활동을 위해 통합교육이 주가 돼야하지만 또래집단에서 따돌리는 게 무엇보다 깊은 주름으로 패였다. 개별적 슬픔은 뒤섞여 서로 닮으면 좋으련만 교실이 떠나갈듯 깔깔거려도 웃음을 섞지 못한 채 밀려난 안타까움, 요즘 표현으로 ‘왕따’란 게 아리했다. 나름대로 학교와 학급의 주인공으로서 우뚝서게할 교육과정 운영에 지혜를 모았다. ‘국화 노래단’을 창단, 동요부르기와 멜로디언 리코오더 큰북과 작은 북으로 푹 빠져갔다. 걱정은 앞섰지만 신바람 나게 몫을 감당하는 모습에서 금빛 울림이 퍼득였다.

◇ 교육의 본(本)인 아이들

구세군 종소리가 한창인 이맘 때, 서너군데 복지원을 찾아 공연 나눔까지 마치고는 얼싸안고 눈물을 비치던 감동은 어떤 황홀한 무대와도 비교할 수 없다. 전근 발령을 받고 떠나오던 날, “선생님, 부지런히 연습해서 선생님과 함께 TV에 출연할 날을 만들게요” 잡은 손이 뜨거워 차마 놓지 못하던 두고 온 아이들. 지금 쯤은 학급 상징인 국화처럼 청순함 가득 지닌 청년과 처녀로 악보를 들여다 보고 있을까. ‘닦달만으론 삶의 지혜를 키울 수 없음’을 깨워준 교육 진본(眞本)이다. 머잖아 향기 그윽한 스튜디오에서 ‘국화 노래단’과 공연할 섣부른 욕심에 연말이면 빛바랜 멜로디언을 만지작거리며 목청까지 다듬는다. 세밑, “거친 바람 속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 게 다행”이란 유행가의 한 소절처럼 말이다.

<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세종데일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내수동로 114번길 66(사창동, 청주스포츠타운)  |  대표전화 : 043)273-2580  |  팩스 : 043)274-2580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충북 아 00065  |  등록일자 : 2011.08.24  |  발행ㆍ편집인 : 김태순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태순
Copyright 2011 세종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jdail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