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데일리
칼럼칼럼
무너지는 현대판 삼사
세종데일리  |  webmaster@sjdaily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9.07  19:35:5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오늘날 검찰청 기능을 담당했던 조선 시대 사헌부는 삼사(三司)의 하나로 대단한 특권이 있었다. 사헌부나 사간원 건물에서는 아침부터 가야금 소리가 흘러나왔으며 관리들이 비틀거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임금도 삼사의 눈치를 살폈으며 맛있는 주식을 수시로 하사했다. 삼사 관리는 궁중에서도 한 계급 높은 관리가 지나가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사대부라면 과거에 급제하여 삼사 관리가 되는 것을 큰 영예로 여겼다. 이들을 가리켜 청요직(淸要職)이라고 불렀으며 삼사의 관리가 되면 집안은 물론 고을 원까지 잔치를 베풀어주었다. 조선 시대 유명한 재상이나 석학들은 한번 씩은 삼사의 관리를 거친 경우가 많다.

이런 막강 사헌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던 이가 바로 허균. 그가 홍문관 관리로 있을 때 왕에게 전달되는 사헌부 장계가 되돌려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허균이 돌려보낸 이유는 문장이 맞지 않고 틀린 글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대사헌은 화가 단단히 났다. ‘감히 대사헌의 얼굴에 먹칠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허균은 사헌부 관리들의 오만과 평소 술로 시간을 보내는 풍토를 개탄하여 트집을 잡은 것이었다. 허균도 이런 사헌부와의 갈등으로 나중에 저자거리에서 참형을 당하고 만다.

사헌부에게 찍힌 관리는 반드시 탄핵을 받았다. 임금도 사헌부 탄핵안이 올라오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만약 탄핵을 거부하면 사헌부 관리들이 사표를 제출하는데 그것이 피혐(避嫌)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헌부의 수장이라 해도 왕의 미움을 사면 화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중종 때 정암(靜庵) 조광조가 대사헌(大司憲)으로 탄핵 대상이 된 것은 훈구 공신들의 비리를 비판하고 국가기강을 바로 잡으려 한 때문이다.

원리원칙 주의자 정암이 백관의 사찰을 담당하는 직책에 있었으니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비리의 온상인 훈구 공신들을 청소하려다 모함으로 비명에 갔다. 중종이 처음에는 정암 편에 섰으나 왕까지 너무 몰아붙이는 바람에 혐오하여 공신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었다.

조선개국의 이념적 지도자였던 삼봉 정도전도 삼사(三司右使) 출신이었다. 삼봉의 식견은 제왕보다 민본(民本), 위민(爲民)이 우선이었다. 삼봉은 고려의 폐해를 딛고 일어선 조선의 위상을 유교이상국가로 만들려 했다. 이런 혁신안은 이방원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급기야 무참히 살해되고 만다.

조선시대 실록을 편찬했던 춘추관은 삼사 관원들이 대부분 겸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두머리인 영사는 반드시 영의정이 맡았다. 왕의 측근에서 백관들의 언행 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여 사초를 만들었다.

무오사화의 도화선이 되었던 김일손의 사초는 사관으로서 바른 역사를 기록하려다 당한 화였다. 세조가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것을 사초에 넣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연산군은 유례가 없이 사초를 열람한 후 김일손을 포박하여 그 이유를 물었다, 그때 김일손은 ‘아무리 왕이라 해도 잘못된 것은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고 항변 했다. 연산은 치를 떨며 김일손에게 대역죄를 씌워 능지처참했다. 김일손이 목숨을 걸고 지킨 것이 바로 역사기록 정신인 사관정신(史官精神)이다.

지금 대한민국 삼사의 자화상은 어떤가. 넥슨 비리와 관련 스폰서 검사가 정직되고 검사장이 구속되었으며 부장 판사가 옷을 벗었다. 양심과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 수장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막강한 언론의 한 간부는 대우조선 스캔들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됐다. 왜들 이러는가.

오만은 했지만 비리와 싸우다 비명에 간 삼사 관원과 올바른 역사를 기록하려다 참화를 당한 사관 정신이 새삼 기억나는 시기라 반추해본 고사다.

<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세종데일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내수동로 114번길 66(사창동, 청주스포츠타운)  |  대표전화 : 043)273-2580  |  팩스 : 043)274-2580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충북 아 00065  |  등록일자 : 2011.08.24  |  발행ㆍ편집인 : 김태순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태순
Copyright 2011 세종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jdail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