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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어디 있나?
김태순 기자  |  kts56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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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03  23: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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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우렁이 새끼처럼 팔남매는 어머니를 야금야금 파먹으며 자랐습니다. 생전에 고해할 곳이 없다면서 유심히 딸에겐 전화통화가 길었던 생의 후렴, 이제야 살아 오릅니다. 당신이 아니었음 여덟 새끼 제발을 떼어 땅을 디딜 수나 있었을까?’ 어림 반분어치도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근심보다 기쁨만 만들려 칭찬의 따슨 손으로 언제나 꿈을 부풀게한 76년 어머니 일기처럼 살아있는 강이 되어 흐르겠습니다. 아들 딸이 그 언제 적 보낸 바랜 편지를 무슨 보물이랍시고 싸매둔 소녀, 어머니의 새 세상에도 늘 기도로 흠씬 젖어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필자의 편지 ‘팔남매의 어머니께’의 전문이다.

올해 추석은 다른 해보다 일찍 찾아 왔다. 그래도 목화송이 같은 하얀 구름을 드리운 참깨며 고추가 풍년을 불러 모처럼 만난 딸 아들 며느리에게 싸 보낼 보따리에 벌써부터 신난다. 예년에 보기 드문 폭염을 용케도 이겨낸 한가위 들판은 풍요의 빛이지만, 부모님을 산소에서나 뵈어야 하는 휑함으로 너무 아리하다.

필자가 읍내중학교에 합격하던 날, 당신의 등에 업은 채 세상을 모두 얻으신 양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 3년이 지난 뒤 다시 고등학교를 시험으로 패스했을 때는 빚쟁이 입장으로 아버지를 처음 업어 보았다. 아버지 몸무게에 이상 신호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몇 해 전부터 몹쓸 병이 서서히 커졌을 거라는 안타까움 아니던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입시준비로 한창 정독반을 달굴 때 행여 진학에 지장을 줄까봐 유언까지 침묵하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메인다.

살아생전 부모님의 추석명절은 성묘와 혈육 간 소통에 정성을 쏟으셨다. 시대의 변화는 우리 주위 여러 곳에서 느낀다. 사람사회 으뜸이었던 ‘효’의 개념부터 어느 순간 잊혀져 ‘삼강오륜’이나 ‘장유유서’는 특정 세대 전설처럼 밀려나 있다. 부모 자식 사이 아주 기본적인 예의까지도 참혹할 정도의 퇴행적 생각과 행동은 충분히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 ‘빚진 자식만 내 새끼’란 도덕적 딜레마에 부딪히면서도 버팀목이 되어 버거운 짐을 진 자식들의 가슴 뭉클한 사례야 말로 다른 무엇과 대체될 수 없는 무형 자산이다.

명절 몇 날 전부터 자식의 귀향 발짝 소릴 듣기 위해 귀뚜라미 소리까지 저어내는 부모님들 모습은 애잔하다. 그런 부모 앞에 바쁘다는 전화 한통으로 상투적인 핑계를 끌어 기다림의 희망을 무너뜨린다. “괜찮아, 너희들에게 별일만 없으면 돼, 걱정마라” 행여 동네로 들어오는 자동차소리라도 들릴 땐 아이처럼 뛰어나가 헛기침을 해댄다. ‘명절 증후군, 귀성길 교통대란, 어쩌구 저쩌구’? 세상 그렇게 계산속으로 사는 거 아니다. 무한정 세월을 기다려줄 부모는 없다. 효(孝)야말로 마음 하나에 달렸다. 추석은 어디 있나? 핑곗거리를 만들지 않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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