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A유업에서 정화조에 들어갔다 의식을 잃은 직원들을 119구조대가 구조하고 있다. /청주서부소방서 제공.

청주의 한 유제품 가공 업체에서 직원 3명이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정화조에 들어갔다가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1일 소방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2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A유업에서 이 공장 시설 담당 직원 권모씨(46)가 지하에 매설된 정화조에 들어갔다가 가스에 질식해 의식을 잃었다.

권씨는 정화조의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점검차 내부에 진입했다. 당시 산소 호흡기 같은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았다.

인근에서 작업하던 직원 박모씨(44)와 금모씨(49)는 “살려달라”는 권씨의 비명을 듣고 곧바로 정화조로 달려갔다.

박씨와 금씨는 마찬가지로 안전 장비도 없이 권씨를 구하려 정화조에 들어갔다가 “가스 가스”라고 소리를 지른 후 의식을 잃고 말았다.

인근에서 비명을 들은 다른 직원이 이를 보고 곧바로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가 권씨 등 3명을 정화조 밖으로 빼내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권씨와 금씨는 끝내 숨졌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박씨는 다행히 심폐소생술로 의식을 되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119구조대 관계자는 “발견 당시 2명은 쪼그려 앉은 상태로, 1명은 정화조 오수에 얼굴이 잠긴 채로 발견됐다”며 “이들은 모두 사복을 입었고 보호장구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권씨가 안전 수칙을 숙지해야 하는 시설 담당 직원인 점에 주목, 공장 측에서 안전 장비를 제대로 배치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권씨가 보호 장비 없이 정화조에 들어간 경위를 조사해 업체 측 과실이 드러나면 입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