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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를 품은 청풍도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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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27  1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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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제천에 조선의 잔영 청풍도호부(淸風都護府)가 있다. 도호부란 주·부·군·현·진 등 하부 조직을 통할하는 중간 관청으로 사(使)·부사(副使)·판관(判官)이란 관원이 있었다. 도호부사는 종삼품(從三品)으로 군수, 현감의 상위 계급이다. 조선시대 충청도에는 청풍 한 곳이 도호부를 지위를 누렸다.

청풍 작은 고을이 왜 도호부가 되어 부사가 임명된 것일까. 바로 이곳 출신인 청풍김씨 가문에서 두 분의 왕비가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한분은 제18대 현종의 비 명성왕후이며 또 한분은 정조의 비 효의왕후이다. 그래서 청풍이 군에서 도호부로 격상된 것이다.

‘청풍’은 충청도를 지칭하는 대명사격으로 불리어져 제천 청풍이 본향처럼 회자 되어 왔다. 어느 시기부터인가 ‘청풍명월’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겨 충청도 인심을 지칭할 때는 곧잘 이 단어를 쓴다. 

청풍은 맑은 바람이며 명월은 밝은 달. 선비들은 맑은 심성을 사랑하여 스스로 ‘청풍백세’를 염원했다. 조선 세종 때 송순(宋純)은 청풍을 사랑한 선비로 불후의 명시를 남기지 않는가.  

‘십년을 경영하여 초려 한 칸 지어내니 / 청풍은 반 칸이요 명월은 반 칸이라 / 산수는 들일 수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달 속에 산다는 미인 항아도 둥근 얼굴이었을까. 명월(明月)은 바로 아름다운 여인을 지칭할 때 곧잘 사용되는 이름이다. 조선 기생가운데 제일 많은 이름이 명월. 황진이도 기명(妓名)은 명월이라 했다. 조선 후기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면 가녀린 눈썹과 작은 입술, 그리고 검은 미리에 볼이 가름한 둥근 얼굴이다. 이 시대 미인의 전형은 아마 달처럼 동그란 얼굴이었던 모양이다.

청풍도호부는 지난 85년 수몰로 천년을 지켜 오던 옛터에서 망월산 중복으로 옮긴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지에서 설명을 하는 관광 해설사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주 건축물’이라고 재미난 주석을 단다. 삼복에 찾은 지금의 청풍은 어떤 모습일까.

고려시대 건물로 보물 제528호 지정을 받은 한벽루는 단장을 위해 수리중이다. 도호부 대문 팔영문의 웅자를 지나 여러 채의 충청도 양반 고가를 구경하다 보면 보이는 것이 도호부의 아문. 

2층 누각 관아 정문은 아직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동헌에는 죄수를 심문하고 있는 도호부사의 모습이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비록 건물들을 옮겨 놓았다고 하나 조선 도호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수몰이 안됐더라면 천년을 지켜온 유적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감인데 너무나 아쉽다.

청풍도호부는 지금 청풍문화재단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왜 청풍도호부라고 붙이지 않았을까. 비록 이주했다고 하나 당시 관아의 모습들이 그대로 옮겨진 것인데... 옮겼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크다.

청풍도호부에서 처음으로 국악 연주회가 열렸다. 이근규 제천시장과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한가운데 열린 공연은 국악을 사랑하는 모임 서울 ‘풍류애’가 주관했다. 보성소리축제 대통령상을 받은 남궁정애 명창과 국악인들이 민요와 단가를 부르고 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국악신동은 가야금 병창을 연주 박수를 받았다. 수 백년만에 청풍도호부의 풍류가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청풍은 악성우륵의 출생설화가 어린 곳이다. 청풍의 옛 지명이 사열이현(沙熱伊縣)이며 삼국사기에 우륵은 성혈현(省熱縣)으로 되어 있어 같은 지명이라고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역사의 잔영이 어린 청풍에 멋진 풍류가 살아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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