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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만득이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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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18  19: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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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50년대 후반 만화가 고(故) 김종래 화백 그린 ‘엄마 찾아 삼만리’는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어린 시절 밤 새워 이 만화를 읽었던 필자는 지금도 당시의 감동이 생생하다.

이 만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 소년 금준이가 노비로 팔려나간 엄마를 찾아다닌다는 눈물겨운 내용이다. 이탈리아의 작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의 작품에서 소재를 빌려온 것이지만 엄마를 찾기 위한 소년의 고난과 역정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한반도 서,남해안에는 왜구나 황당선에 의해 잡혀간 여인들이 많았다. 잡혀간 여인들은 일본이나 중국 혹은 먼 동남아까지 팔려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이역에서 짐승처럼 살다가 일생을 마감했다. 김화백은 이런 역사에서 모티브를 찾아 엄마에 대한 소년의 그리움을 그려낸 것이다.

필자는 남원 만복사를 취재하는 도중에 조선시대 한 효자의 고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임진전쟁당시 남원에 살던 한 효자소년은 어머니가 끌려가 중국에서 노예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소년은 성장하여 뱃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이 효자는 오랜 수소문 끝에 노예로 살고 있던 늙은 어머니를 찾아 고향으로 모시고 왔다. 엄마 찾아 삼만리를 방불 하는 휴먼 퓨처스토리다.  

임진전쟁은 일본이 일으킨 노예전쟁이다. 7년간 잔혹하고도 유례가 없는 전란이었다. 일본군은 각 지에서 남,녀 조선인들을 강제로 포획하여 끌고 갔다. 16세기 루벤스의 초상화로 남아 화제를 불러일으킨 안토니오 꼬레아는 아픈 조선 노예 비극사를 입증한 사례다. 그는 일본에 포로로 잡혀가 이탈리아로 팔려간 소년이다.  

30여년 전 필자는 대전 모 대학에서 임진전쟁 당시 명나라 군대가 평양성을 탈환할 때 흑인 병사들이 참전한 것을 입증하는 풍속도를 찾은 적이 있었다. 이 그림은 조선시대에 그려진 ‘평양성탈환도’였으며 그림 속에는 마차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흑인병사들이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들을 표현한 글자가 해귀(海鬼)였다. 신기하다는 눈빛의 평양성 사람들이 해귀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 

‘해귀’들은 아프리카에서 포루투갈로 팔려온 노예들이었다. 이들 흑인들은 이역만리 조선 땅에서 와서는 죽음을 넘다드는 전사로 살아야 했다. 중국의 한 근세 문헌은 해귀들이 전쟁을 잘했으며 조선군, 러시아군 다음으로 용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들이 늙거나 병이 들어 쓸모가 없어지면 바다로 밀어 수장시켰다. 개중에는 바다를 헤엄쳐 육지에 도달하여 살아남는 경우도 있었다. 바다에서 육지로 헤엄쳐 나온 검은 흑인들을 보고 사람들은 바다귀신인줄 알았다.

필자는 80년대 후반 사회부장 시절 한 독자로부터 한 장애 소년이 서해안 낙도에 끌려가 노예적 삶을 살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서둘러 취재기자를 보냈지만 섬에 도착하여 취재를 할 당시 접근마저 안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몇 년 전 이 섬을 탈출한 장애인이 진상을 고발하여 ‘섬 노예’가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대전에서 실종된 10대 지적 장애인은 섬으로 끌려가 십수년동안 짐승 같은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다. 

20대 후반에 행방불명돼 19년 동안 남의 집 축사에서 돈도 못 받고 고된 일만 해왔던 현대판 노예 만득이 사연이 또 충격을 주고 있다. 지적 장애인 만득이는 청주에 살고 있었지만 어머니를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했다. 얼마나 그리웠던 어머니 품이었나. 만득은 70대 중반이 된 어머니를 보자마자 금방 알아보고 오열했다.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런 불법 감금과 노예적 삶이 가능한지. 정부가 뒤늦게 지적 장애인들에 대한 소재 실태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현대판 노예는 인권을 부르짖는 대한민국의 수치다. 전근대적 노예 비극사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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