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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님’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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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10  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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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서방님’이란 표현은 아내가 남편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여자가 출가하여 시댁의 형제를 호칭할 때 쓰기도 했으나 통상 남편에 대한 부름으로 불리어져 왔다. 

고전 속의 ‘서방님’은 춘향전에서 더욱 절실하다. 평생 부부연을 약속받은 춘향은 이도령을 줄 곳 서방님으로 호칭했다. 옥방에 갇혀 토해내는 판소리 춘향가에서는 서방님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한 나머지 비장감마저 든다. 춘향이 거지행색으로 옥방으로 찾아간 이도령을 상면하자 이렇게 울부짖는다.

“(전략)...서방님 얼굴 뵙고 나면 죽어도 소원이 없을 것 같더니.. 이렇게 뵙고 보니 살고 싶소”

고전 이춘풍전은 술과 기생에 빠진 남편을 구한 여인의 지혜와 용기를 그린 작품이다. 춘풍이 호조 돈 2천냥을 빌어 장사를 떠날 때 아내는 남편을 향해 이렇게 당부한다,.

“(전략)...‘여보시오 서방님, 내말 잠깐 들어보소. 평양물정 내 들었소. 청가일곡 교태하여 돈 많고 허랑한 자는 제 세워두고 벗긴다네. 평양물정 이렇다니 부디 장사가지 마오.’ 그러나 춘풍이 ‘나도 또한 사람이지. 이십년전 패가하고 원통하기 골수에 박혔으니 낸들 매양 패가할까. 속속히 다녀옴세.”

야사에 보면 조선 성종은 명기로서 재담이 뛰어난 소춘풍을 자주 궁으로 불러들였다. 그런데 신하들의 감시와 중전의 질투가 심해 잠자리를 할 수 없었다. 임금은 미복으로 갈아입고 소춘풍의 집을 찾는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자 소충풍이 ‘누구시냐?’고 물었다. 그때 성종은 ‘나는 한양에 사는 이서방일세’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임금과 기생의 신분에서 이서방과 기생으로 하루 밤을 보냈다고 한다. 

조선 숙종 대 가인 김수장의 가곡 가운데는 ‘서방님을 향한 아내의 헌진적인 사랑’을 담은 노래가 한 수 있다. 아내는 병든 남편을 봉양하기 위해 머리까지 자른다. 그리고 맛있는 과일을 사가지고 갔는데 그만 오화당(五花糖)을 빼 먹었다. 오화당은 오색으로 물들어 만든 옛날 사탕이다.

“서방님 병들어 돈 될 만한 것이 없어 / 종루 시장에 머리카락을 팔아 배 사고 감 사고 유자 사고 석류 샀네 / 아차 아차 잊었구나. 오화당을 잊었구나 / 수박에 숟가락 꽃아 놓고 한숨 짓고 있네..(의역)”

서방님이란 ‘글방(書房)’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서방(西方)에 대한 동경과 설화에서 비롯됐다는 이설도 있다. 신라인들은 서방에 극락정토가 있다고 믿었으며 그들을 지켜주는 여신도 서방인 선도산 성모(聖母)로 삼았다. 김유신의 동생 보희가 꿈에 오줌을 싼 장소가 서악(西岳)이었다. 

음양오행설에서 음은 서쪽이고 양은 동쪽이다. 그러니까 여자는 서쪽이고 남자는 동쪽이란 얘기다. 중국 교포들이 많이 사는 연변에서는 지금도 남자가 결혼하는 것을 ‘서방 간다’고 말하고 있다. 과부가 남자와 통정하는 것을 또 ‘서방질’이라고 표현한다.

중학교 기간제 30대 여교사가 15세 어린제자와 나눈 카톡에서 ‘서방님’이라고 호칭한 것이 화제 거리다. 자신만의 대화방인 카톡일지라도 어린 제자를 서방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이 여교사는 승용차 안에서 제자와 일탈된 행동까지 했다고 하여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군사부일체’라 하여 스승의 그림자마저 밟을 수 없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제자를 서방님으로 호칭는 난륜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스승은 스승답고 제자는 제자답게 사제 간의 윤리가 유지될 때 교육은 이뤄지는 것이다. 서방님은 사랑하는 남편을 부를 때 써야만 정감이 있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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