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데일리
칼럼칼럼
모욕과 폭언의 비극
세종데일리  |  webmaster@sjdaily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7.03  19:04:0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백제 개로왕이 왕도 위례성에서 고구려 장수왕에게 사로잡혀 참수당한 비극은 모욕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두 나라는 국경분쟁을 통해 북위 황제에게 서로 잘잘못을 알리며 모욕전을 벌였다.

그런데 개로왕은 장수왕을 가리켜 간사한 뱀에 비유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안 장수왕은 참지 못하고 기병 수 만명을 거느리고 일시에 남하하여 백제의 수도 위례성을 불 지르고 도망가는 개로를 잡아 아차성 아래서 목을 베었다.

고려시대 무신난도 문신들에 의한 폭언과 모욕이 도화선이 됐다. 어전에서 늙은 상장군이 젊은 문신에게 따귀를 맞고 모욕을 당하자 일어났다. 무사들에게 있어 모욕은 가장 치욕으로 받아들여졌다.

오만한 일부 문신들이 숨을 죽여 웅크리고 있던 무신들의 잠재된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무신들은 복두를 쓴 문신들을 닥치는 대로 도륙하며 송도 만월궁의 밤을 피로 얼룩지게 했다. 당시 1천명 가까운 문신들이 무신들에 의해 살해 되었다고 한다.

고대 한반도 무사들은 명분에 살고 의리를 소중히 여겼다. 비록 신분이 높은 자라도 표리가 같지 않거나 행동이 의롭지 않으면 사생을 결단했다. 백제 성왕을 사로잡은 신라무사 도도는 왕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춘 후 목을 베겠다고 결언하게 얘기한다. ‘신라에서는 비록 왕이라도 신의를 버리면 목을 벨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런 무사들에게 있어 모욕은 죽음을 부르는 일이었다.

한반도 무사도의 원류를 가야무사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신라 화랑의 시초로 기록에 나타나는 미시랑(未尸郞)도 가야 땅인 남해 지역 웅천출신이다. 미시랑은 신라 화랑도를 완성 한 후 홀연히 신라를 떠났다. 삼국사기에는 그가 간 곳을 알지 못했다고 돼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고대 일본 기록에서 미소년들이 말을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약한 자들을 도왔다는 ‘닌자(忍者)’의 설화가 전해지는 것이다. 이들은 얼굴에 화장을 하고 말을 잘 탔으며 변장술과 검술에 뛰어났다는 것이다.

신라 화랑도를 연상 할만 큼 비슷한 설화로 당시 미시랑과 가야 무사들의 일부가 일본에 건너가 무사도를 펼친 것은 아닐까. 나라 시대(奈良時代)에 생겨난 ‘사모라후」(サモラフ)’라는 용어는 가장 오래된 사무라이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사모라후’는 엿본다, 살핀다는 뜻으로 닌자와 같은 의미로 통한다.

2013년 개봉 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47 로닌(Ronin.칼 린쉬 감독)’은 일본 무사들의 수모와 처절한 복수를 그린 영화다. 주군을 잃은 47인의 사무라이가 원수의 목을 베어 영전에 바치고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배를 갈랐다는 얘기다. 주군의 피살을 최대 모욕으로 알았던 사무라이들의 냉엄한 세계와 복수를 그린 탓에 서구의 관객들이 전율했다.

무사들이라고 하여 모두 모욕을 참지 못한 것은 아니다. 고대 중국 명장 한신은 숨어 살고 있을 때 시정의 무뢰한으로부터 온갖 폭언을 얻고 가랑이를 기어나가는 수모를 당했다. 그래도 한신은 칼을 빼 무뢰한을 죽이지 않았다. 장차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서였으며 후에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는 위업을 달성한다. 그리고 자신을 모욕한 무뢰한을 죽이지 않고 특진 시키는 아량을 보여줬다.

세종 대 정승 맹사성은 자신을 시골농부로 알고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는 수령을 용서하는 아량을 베풀었다. 맹대감이 수령을 괘씸하다고 벌을 주었다면 큰 인물로 기록되지 않았을 게다.

30대 젊은 검사가 상사인 부장검사의 폭언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고 엘리트 기관이라고 하는 검찰 내부의 이런 행태들은 버려야 할 과거의 틀이며 비민주적인 행태다. 목숨을 버리는 검사의 나약한 정신도 문제이지만 후배들에게 폭언과 모욕을 일삼은 선배 검사의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선 일시적인 분노와 수치는 참을 줄 아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세종데일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내수동로 114번길 66(사창동, 청주스포츠타운)  |  대표전화 : 043)273-2580  |  팩스 : 043)274-2580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충북 아 00065  |  등록일자 : 2011.08.24  |  발행ㆍ편집인 : 김태순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태순
Copyright 2011 세종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jdail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