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지방자치단체 간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던 국립한국문학관 추진을 무기한 중단하자 충북 청주시와 옥천군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지자체 모두 한국문학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던 터라 당혹감을 넘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두 지자체 모두 정부가 어떤 후속 대책을 마련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불만을 드러내지 못한 채 정부의 대책을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한국문학관을 유치하면 고인쇄박물관, 백제유물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 상당산성 등을 묶어 복합문화 창작타운을 조성하려던 청주시는 아직 이렇다할 대응이 없다.

26일 청주시 관계자는 “한국문학관 유치를 위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문학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와 관련 협약 등을 진행했는데, 갑자기 건립 계획이 취소돼 황당하다"며 “최근 영남권 신공항 등 정부의 각종 사업과 관련해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이 빚어진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한국문학관 추진 계획을 무기한 중단한 마당에 마땅히 대응할 방안은 없다"며 “정부의 후속 대책이 어떻게 수립되는지 예의 주시하면서 이미 계획한 문학콘서트와 지역 기업체와 맺은 관련 협약 등은 예정대로 이행하겠다"고 했다.

정지용 시인을 앞세워 한국문학관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옥천군도 당혹감에 빠졌다.

옥천군은 ‘현대시의 시성' 정지용 시인 등 전국을 대표하는 문인을 다수 배출하고, 30년 가까이 문학축제를 개최한 점 등을 내세워 한국문학관 유치에 총력전을 펼쳐 왔다.

옥천군 관계자는 “한국문학관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군과 옥천문화원 등이 앞장서 모든 군민이 참여하는 유치 활동을 벌여왔는데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며 “그동안 공들인 일이 허사로 돌아가 허탈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가 후속 대책을 수립한다고 한 만큼 유치 추진위원회 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부의 후속 대책에 맞춰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앞서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지난 24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 공모 등 추진과 관련한 제반사항을 중단한다"며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대중화, 지역 문화자원 연계, 문학정책 전담기구 검토 등을 포함한 ‘한국문학 진흥 중장기 종합대책'을 올 하반기 중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용지 선정을 위해 지난 5월 3~25일 지자체를 대상으로 부지 공모 신청을 접수받아 그 결과를 7월 중 발표할 예정이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 유산과 원본 자료의 체계적 수집·복원·보존·연구·전시·교육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2019년까지 건립해 2020년 개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국 24개 지자체가 국립문학관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문학보다는 지자체 간 자존심 경쟁으로 왜곡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