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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0  19: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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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한반도 동남쪽에 위치한 고대 신라가 대륙과 접근하기란 쉽지 않았다. 서해는 백제가 막아서고 북으로는 고구려가 길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지리적 불리함 때문에 신라는 삼국 중 문화 발전이 가장 뒤늦었다.

왕궁이나 가람을 건축하더라도 백제에서 장인을 초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라 선덕여왕은 황룡사를 건축하면서 백제 와박사나 석공을 불러들였다. 백제는 신라와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서도 불사에는 적국이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춘추는 왕이 되기 전 당나라 황제를 예방하기 위해 서라벌을 떠났다. 그는 먼저 고구려 연개소문을 찾아 원병을 요청하기 위해 평양성으로 간다. 그러나 고구려는 신라의 요청을 묵살했다. 김춘추는 당나라 수도 시안을 가기위해 해로를 찾았다.

당시 한강은 신라의 새로운 점령지라고는 하나 연평도 해안은 고구려군이 지키고 있었다. 일설에는 지금의 만주 땅으로 돌아 시안에 갔다는 설도 있으나 김춘추가 택한 길은 황해항로가 아니었나 싶다. 그가 중국에서 신라로 돌아올 때 이 항로를 이용하다 고구려군사들에게 들켜 옷을 갈아입은 심복 온군해가 피살되었기 때문이다.

신라는 통일 이후 황해 항로를 여러 곳 개설했다. 한 논문을 보면 황해도 연안, 충남 서산연안, 군산연안, 전남 진도연안 등으로 나타난다. 신라는 통일이후 약 100회에 달하는 사신을 당나라에 파견하는데 절기에 따라 바람이 잔잔한 해로를 택했을 것이다.

통일신라 말기 당나라에 유학하여 문명을 날린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은 어느 해로를 따라 당에 갔으며 또 귀국 후에는 어디로 온 것일까. 삼국사기 열전에 보면 고운은 당에서 귀국하여 부성(富城) 태수가 된 것으로 나온다. ‘부성’은 어디인가.

충남 서산시의 신라시대 이름은 부성군이다. 백제의 기군(基郡)이 이런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부성군은 주변의 몇 개 현을 관장한 것으로 기록 된다. 부성은 바로 가로림만에 접한 지역으로 지금의 서산시 지곡면이다.

신라통일 이후 많이 이용됐던 대당 루트는 경주~상주~영동~보령~부성~산둥반도였던 것이다. 사실 부성~산둥반도가 중국으로 통하는 가장 가까운 거리다. 신라 진성여왕은 당에서 귀국 한 최고의 해외파 엘리뜨인 최치원을 부성태수로 삼아 당나라 무역과 교류를 관장토록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서산시 지곡면 서해 가로림만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부성산이 있다. 해발 118M의 나지막한 야산에는 오래 된 토성(土城)의 유구가 남아있으며 그 가운데 넓은 건물지가 보인다.

건물터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와편과 토기편이 산란하며 촌로들에 따르면 ‘옛날 최치원의 사당터’라고 전해 내려온다는 것이다. 부성산 기슭에는 대원군 서원철폐령 때 훼철되었다가 1917년 서산 유림들에 의해 복건 된 부성사(富城祠)가 자리 잡고 있다. 고운 최치원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여러 차례 고운의 명시를 인용하며 문장으로 당나라 지식인들을 감동시킨 역사적 감흥을 한국에 전달한바 있다. 현재에도 많은 문학인들은 중국 역사상 고운을 능가하는 명문장가가 없음을 찬탄하고 있다.

내년부터 서산 대산항에는 롱청시 룡얜항에서 뱃길로 많은 관광객들이 온다는 소식이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요우커를 대상으로 최치원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고운과 관련이 있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과도 공조하고 있다.

부성산성 건물지를 발굴, 태수가 집무하던 정청(政廳)을 복원하고 고운 기념관을 세워 한.중 유대강화의 역사적 기념 유적(遺蹟)으로 개발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부성은 글자그대로 ‘부유함의 상징’이며 요우커 들에게도 관심이 될 수 있다. 주변에 있는 백제마애삼존불, 보원사지, 해미읍성, 개심사도 요우커들에게는 큰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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