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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아침 단상] 유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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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13  18: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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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 듯 가까워 보이지만
다가서면 까마득히 멀어지는 섬
태초의 신을 신고 걸어 들어간 그곳
나미브 사막 저 멀리 신기루가 섬을 띄운다

바람에 불려 저만치 달아나는
붉은빛 모래 바다에 새겨지는 물결무늬
문장들을 미처 한 줄 읽기도 전에
광풍은 또 다른 언어를 새겼다가 지워버린다
푸른 별 사각지대 건조의 대명사인 이곳에도
물의 미세한 입자를 끌어당겨
어렵사리 생명을 이어가는 잡풀이 있고
기약 없는 황무지에도 푸름을 지탱하는 나무가 있다
우기를 기회로 사막은
일시에 초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주인에게 버려진 병든 낙타처럼
붉은 모래 바다를 방황하던 시절
광풍이 세우고 간 언덕 끝에 네가 보였고
그 동공에 어린 미세한 물의 입자 하나가
나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 확 빨려들어 와
확실한 에너지가 되었던 것이니
그 작은 물기로 하여
나는 환하게 꽃 필 수 있었던 것이니

 

   

 

2010 <문학광장> 등단
만해 한용운 시맥회 시 입상
좋은생각 생활문예대상 입상
시와소금 시인협회 회원
홈페이지 http://youog.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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