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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래자 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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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13  18: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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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한국의 독특한 벌주 형태인 ‘후래자삼배(後來者三杯)’에 대해 회교권 방송이 그 폭력성을 들고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중동의 대표적 방송사인 알자지라는 '한국인의 숙취'란 제목으로 한국의 음주 문화를 심층 진단했다. 이 방송은 폭탄주 회식, '후래자 삼배' 등 모습을 전하며 "한국의 음주 문화는 한마디로 '매우 폭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 ‘후래자삼배’라는 용어는 어느 시대부터 쓰여 진 것일까. 중국에서는 ‘금곡주수(金谷酒數)’라는 말을 쓴다. 고대 중국 진(晉)나라 석숭(石崇)이 금곡원(金谷園)에서 손님들을 초빙하여 연회를 베풀 때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로 술 석 잔을 먹였다는 고사에서 유래 된 것이다.

지난 70년대 후반 안압지(雁鴨池)에서 재미난 주사위 하나가 발굴됐다. 육각형 면8개로 이뤄진 14면체 주사위였다. 각 면에 ‘삼잔일거(三盞一去)’ ‘금성작무(禁聲作舞)’ 등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 글은 ‘술 석 잔 한 번에 마시기’ ‘술 마신 뒤 소리 내지 않고 춤추기’라는 뜻이다.

이 주사위는 당시 왕실 귀족들이 술자리에서 사용했던 놀이기구였다. 이와 비슷한 유물이 온양민속박물관에서도 찾아졌다는 자료를 감안하면 이런 놀이문화가 오랜 기간 계승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곡수연(曲水宴)에 참가한 신라 귀족들은 포석정에서도 이런 주사위 놀이로 흥을 돋웠을 게다.

한국인이 예부터 술을 좋아했다는 기록은 여러 문헌에서도 나타나지만 조선 삼사(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의 음주풍속은 유별났다. 사헌부는 백관에 대한 감찰·탄핵을, 사간원은 국왕에 대한 간언(諫言)과 정치 일반에 대한 언론을 담당하는 언관(言官)이었다.

삼사 관원들에게는 임금으로부터 매일 맛있는 주식이 하사 되었다. 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임금에게 간언을 일삼으면 골치가 아팠기 때문이다. 관리들은 아침부터 술에 취해 얼굴이 홍조를 띄기 일 수였다고 한다. 삼사에서는 노래 가락이 그치지 않고 흘러나왔다고 하니 그 음주 행태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인은 옛 부터 ‘삼자(三)’에 대한 애착이 농후한 민족이다. 어린 아이를 점지해 주는 여신이 삼신 할매, 고을을 지켜주는 산도 삼산(三山)이다. 무슨 일을 해도 삼세번이고 정승도 삼정승을 두었다.

과거에 합격한 이들이 치렀던 신래(新來)라는 풍속은 일종의 환영 파티였는데 ‘삼자’로 물건을 대야 했다. 즉 술이 세 병이면 물고기 3마리, 과일 3개. 나물 3개 등 백여 가지의 안주를 모두 3개 씩 내야 했다는 것이다. 신참은 3의 숫자로 잔치를 5번해야 했다니 그 폐해를 알만하다.

조선 세종 때의 학자 윤회(尹淮)는 문명을 날렸으나 술을 좋아했다. 학자로서 최고 영예인 대제학에 올라 세자를 가르치는 빈객도 했다. 그런데 지독한 애주가로 낮부터 술이 취해 경연을 못하고 대궐에서 업혀 나가기도 했다.

태종과 세종의 꾸지람을 들었어도 끝내 술을 끊지 못했다. 세종이 하루는 하루 석잔 이상을 먹지 말라고 특별히 하교했다. 그때 윤회는 작은 표주박 대신 큰 잔을 만들어 차고 다녔다고 한다. 과음을 즐긴 그는 건강이 악화돼 50대 중반에 세상을 떠났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하루아침에 인기가 추락하고 방송에서 하차하는 연예인들이 늘고 있다. 패가망신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지난 주말 음주 운전자가 정차된 차를 들이받아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후래자에게 술 석 잔을 권하는 음주문화 뿐 아니라 폭탄주도 사라져야 하며 마시면 절대 운전대를 잡지 않는 철칙을 지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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