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은 영화에 대한 영화다. 매판 자본에 종속된 가짜 영화가 아니라 삶의 깊이가 배어 있는 '진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감독의 결기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모흐센 마흐말바프 등과 함께 이란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영화가 예술이었던 시절"을 추억하면서 자본의 힘에서 벗어난 영화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2시간 동안 강변한다.

영화에 혼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골몰한 슈지(니시지마 히데토시). 세 편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늘어난 건 빚뿐이고, 상업적으로 별다른 주목도 받지 못한다.

결국, 자금난 때문에 당분간 연출을 하지 못하게 된 슈지는 예술영화 정기상영회를 진행하면서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나간다.

그러나 상영회 도중 날아든 형의 부음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야쿠자로 일하던 형이 영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졌고, 그 빚을 갚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다가 보스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다.

형이 남긴 1천254만엔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슈지.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과 형에 대한 죄책감이 뒤엉키면서, 그는 한 대를 맞는 때마다 약 1만엔 가량을 받는 인간샌드백이 된다.

영화는 예술영화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직언하기도 하지만 은유로 대부분을 채운다. 슈지가 빚을 갚아나가는 방식은 현대 영화인들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처럼 보인다.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 격렬한 폭력에 슈지의 몸은 만신창이가 돼 간다. 나데리 감독은 멀티플렉스와 상업영화 자본가들이 영화계에서 행사하는 전횡을 야쿠자의 폭력으로 빗댄 듯하다.

시네필이라면 영화 마지막 장면에 울컥함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주인공 슈지가 돈을 갚고자 처절하게 맞는 장면과 역대 영화 100선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던져준다. 영화에는 찰리 채플린, 존 포드, 버스터 키튼, 로베르 브레송, 존 카사베츠 등 거장 감독들의 영화들이 삽입돼 있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도 들어가 있다.

일본의 3대 감독이기도 한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 오즈 야스지로의 무덤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특히 오즈의 묘비명인 '무'(無)가 끝까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작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경쟁부문 개막작이다.

2월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