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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15  18: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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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옛날 청소년들이 천자문을 때고 난 후 배웠던 역사교재는 어떤 것이었을까. 중국 고대 역사책인 ‘통감절요(通鑑節要)’였다. 영웅호걸과 간신을 비교함으로써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자는 생각에서 활용한 것이었다.

이 역사서는 사마광이 지은 자치통감(資治通鑑)에서 중요한 것을 요약한 것이다. 자치통감은 ‘시대적으로 거울이 될 만한 책이’란 뜻이다. 지금도 옛 서적을 다루는 고서점에 가면 제일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논어, 맹자 다음으로 ‘통감’이란 책이다.

마오쩌뚱은 통감을 17번이나 읽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후난성(湖南省) 제일중학교 시절에 한 선생으로부터 통감을 받아 읽고 난후 독후감을 써서 명문장으로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고 한다.

사대부를 양성 시킨 성균관에서도 역사교육은 중시되었다. 오경(五經)의 하나인 ‘춘추(春秋)‘는 기원전 5세기 초에 공자가 엮은 것이다. 그런데 공자는 역대 인물들을 다루면서 사실만을 기록했을 뿐 포폄이나 설명을 철저히 배제했다.

역사기록 정신으로 회자되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이란 말이 여기에서 생긴 것이다. 즉 역사는 사실만을 기록하는 것이지 창작하거나 첨삭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였던 이긍익은 자신의 역저 연려실기술을 지으면서 공자의 춘추정신을 철저히 지킨다.

선비들이 가까이 한 책 가운데 조선의 역사를 기록한 서적이 있었다. 바로 동국사략(東國史略)이란 역사서다. 이는 과거 고조선시기부터 조선시기에 이르기 까지를 간략하게 저술한 책으로 여러 학자들이 책을 펴냈다. 그 가운데 조선 초기 대학자 권근(權近)과 세종대 박상(朴祥)이 지은 책이 널리 알려져 있다.

동국사략은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 필사본으로도 많이 이용되었으며 필자는 청주에서 근세에 지어진 동국사략을 한권 발견한 적이 있었다. 한국의 마지막 유림으로 지칭되던 청주의 한 한학자가 지은 것인데 이 책 안에는 재미있게도 분명하지 않은 고대 성지(城址)의 위치까지 명시하여 주목되었다.

어린 시절 동국사략을 끼고 살았던 단재 신채호는 고구려 역사를 알기 위해 도보로 만주대륙을 수없이 돌아다녔다. 험난한 백두산을 오르고 잃어버린 역사의 현장인 고조선의 강역을 답사했다. 단재가 올 곧은 선비로 일제에 항거하고 민족의 자존을 부르짖은 것은 해박한 역사 지식이 있었기에 그랬다. 단재는 1908년 대한협회회보에 기고를 통해 역사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영어, 수학만을 필수로 했던 과거 입시교육의 피해는 웃지 못 할 일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몇 년 전인가 모 대기업 입사시험장에서 ‘백제 시조가 누구냐?’는 문제가 나왔다. 그런데 ‘온조’라고 쓴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강감찬장군과 민족의 영웅 안중근의사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맹(史盲) 현상이 지금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요즈음 인기를 누리고 있는 두 여자 연예인이 안중근의사 사진을 보고 엉뚱한 사람이라고 대답한 것이 국민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많은 한국 젊은이들의 역사지식이다. 누가 이처럼 역사무지로 만들었는가.

젊은 세대들이 숱한 외난을 이기고 일어선 굳건한 한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이들이 역사를 모르면 민족에 대한 긍지도, 미래도 없다. 단재의 호소가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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