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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와 페르시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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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02  12: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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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신라 헌강왕 시절 동해바다에 태풍이 일더니 해변에 이상하게 생긴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신라나 왜인(倭人)이 아니었고 키와 눈과 코가 크고 머리는 곱슬머리였으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했다. 어부들은 그를 용왕의 아들이라고 생각하여 경주로 호송한다.

왕도 신기하게 여겨 미인을 주어 결혼시켜 동경(東京)에 살게 했다. 경주를 신라 사람들은 왕경 혹은 동경이라 불렀는데 용왕의 아들은 달이 밝은 밤이면 신라 사람들과 밤늦게 잘 어울려 놀았다. 그런데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미인 아내는 다른 남자와 동침하고 있었다.

설화로 기록되는 신라‘처용가’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용왕의 아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재미있게도 이 신라 얘기는 이란에 전해지고 있는 1000년 전 서사시 ‘쿠쉬나메(Kush-nameh)’의 설화를 닮고 있다.

바실라(신라) 타이후르왕은 바다를 통해 망명한 페르시아 아브틴 왕자를 서울로 데려오고 그의 딸 프라랑 공주와 혼인시켜 살게 했다. ‘바(ba)’는 고대 페르시아어로 ‘더 좋은’의 의미라는 뜻으로 ‘좋은 신라’라고 해석되고 있다.

그동안 경주 왕릉에서는 다양한 유리제품이 출토되었다. 일제 강점기 부터 발굴된 금관총 (金冠塚) 등과 1970년대에 이르러 발굴된 황남대총 (皇南大塚) · 천마총 (天馬塚) 등 고분에서는 순금제품과 더불어 많은 양의 유리제품이 출토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중 ‘봉수형’ 유리병은 신라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서역에서 전해 진 것으로 해석된다. 파란색의 이 병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포도주용기라고 한다. 한 전문가는 이 유물이 알렉산드리아시의 그레코-로만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병과 유사하며 실트로드를 타고 신라에 전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물 제635호로 지정된 계림로 출토 ‘장식보검’은 손잡이 부분과 칼집에 새겨진 문양으로 보아 신라에서 유행하던 것이 아니다. 칼집에는 각기 색이 다른 세 개의 보석이 박혀있다.

테헤란대학교 역사학과 모함마드 바헤르 보수기교수는 이 보검이 약 7~8세기경 ‘사산왕조 페르시아에서 건너왔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는 세 개의 보석이 갖는 의미를 당시 조로아스타 교인들이 지켰던 ‘좋은 생각’, ‘좋은 행동’, ‘좋은 말’이라고 해석했다.

경주박물관에 야외에 전시 된 석제 무인상이 들고 있는 막대기는 무구(武具)가 아니고 ‘격구 채’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격구는 바로 페르시아가 원조다. 서사시 ‘쿠쉬나메’에도 페르시아의 왕자 아브틴이 바실라 타이후르 왕과 격구를 즐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페르시아는 ‘문명의 호수’라는 별명을 가진 이란의 고대국가였다. 기원전부터 8세기까지 찬란한 문화를 향유하고 살았던 강대한 왕국이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미남 페르시아 왕자는 우리에게도 로망으로 여겨졌다. 지난 50년대 등장했던 가요 ‘페르시아 왕자’를 기억하는 노년층이 있을 게다. 전란의 와중에서 페르시아 왕자는 우리들에게 백마 탄 왕자로 여겨진 것이다.

지금 이란에 한류열풍이 거세다고 한다. 송일국 주연의 사극 주몽은 87%의 시청률로 안방극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아직도 대장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2일부터 29일까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한국문화 주간’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맞춰 ‘코리아 컬처 위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고전음악, 미술, 음식, 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소개한다는 것이다.

신라 왕 박혁거세의 후손인 박근혜 대통령의 페르시아 방문은 한편의 역사 드라마를 연상 시킨다. 아무쪼록 이번 방문에서 양국 간 경제, 문화교류 등 많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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