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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선택한 닝보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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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11  21: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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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는 해안도시다. 지금은 상해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바다를 가로지른 연육교로 갈수 있는 곳이 됐다. 필자는 몇 년 전 조선업체가 많은 주산(舟山)을 다녀오는 길에 링보에서 이틀 묵은 적이 있다. 아름다운 해변과 넓은 도로, 그리고 세계에서 제일 큰 해수관음(海水觀音)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서해안에 출몰하는 중국의 어선들도 대부분은 링보, 주산에 있는 배들이다. 바닷가에는 수많은 어선들이 항상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항구에는 선원들을 상대로 하는 유흥주점과 해산물로 유명하다. 방대한 시장에 가면 싱싱한 해산물을 값싸게 사서 요리 해 먹을 수 있다.

닝보는 춘추시대 월국(越國)의 수도였다고 한다. 당나라시대에는 신라와 일본이 이 항구를 통해 무역을 했으며 관청까지 있었다. 닝보는 12세기 한반도와 매우 밀접한 곳이었다. 남송의 수도 항조우(杭州)로 가는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송나라에서는 고려사관(高麗使館)까지 지어 사신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고려 수도 개경에 와서 당시의 모습을 그려 황제에게 바친 서긍(徐兢)도 링보에서 배를 타고 고려에 왔다. 당시 서긍은 왕도를 떠나 링보에서 묵은 다음 배에 몸을 실었는데 송도 입경까지 1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지금은 상해에서 강화까지 여객선으로 약 10시간 거리가 이토록 멀었던 것이다. 서긍은 약 1개월간 개경에 머물면서 고려의 풍속과 이모저모를 취재하였고 이를 고려도경이라는 책으로 만들어 황제에게 바친 것이었다.

닝보는 또 조선시대 제주에서 서울로 오다 풍랑을 만나 표류했던 최부(崔簿,1454~1504)가 지은 ‘표해록(漂海錄)’의 주 무대가 된다. 16일 동안 해류를 따라 표류하다 구사일생 상륙을 했는데 그곳이 바로 링보였다. 최부는 링보성에 들어가 느낀 인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노를 저어 영파부성(寧波府城)에 이르니 물을 가로막아 성을 쌓았는데, 성은 모두 겹문, 문도 모두 겹층, 문 밖도 겹성, 그리고 수구(水溝) 또한 겹성이었습니다. 모두 홍예문을 설치했는데, 문에는 쇠로 만든 문짝이 있어 배 한척이 드나들 만 하였습니다. 다시 노를 저어 성안으로 들어가서 상서교에 이르니, 다리 안 강의 넓이는 100여보나 될 만하였습니다.(하략)...”

최부는 링보에서 왜구로 오인 받아 처음에는 혹독한 고문을 당한다. 그러나 조선의 관리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자 운하를 따라 연경으로 호송되어 황제를 알현하기도 했다. 최부는 링보에서 소흥과 항조우를 거쳐 소주를 지났는데 도시의 이모저모를 기록했다.

‘...항조우는 외국에서 들어온 배들이 즐비한데 거리에는 금과 은이 가득했으며 항상 노래 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소주는 경치기 뛰어났고 운하가 잘 발달되어 중국 남방제일의 도시입니다.“

링보를 위시 고도인 항조우, 웬조우, 태주, 소주등 이 지역도시들은 중국에서 알아주는 부자도시로 발전했다. 그런데 이 도시에 진출했던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 탈출하여 한국으로 귀순했다고 한다. 이들 종업원들은 한국에서 방영하는 TV 드라마를 보아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려인들이 동경한 송나라 관문 링보에서 자유를 선택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링보에서 겪은 한국인과 한국의 실상이 탈출을 결심하게 된 동기일 것이다.

북한은 하루속히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와야한다. 그래야 사람답게 살기를 원하는 북한 주민들의 탈출 도미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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