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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줄 긋는다고 수박되나김태순 대표기자
김태순 기자  |  kts56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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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05  11: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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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은 주위의 온도나 광선 등 환경에 따라 피부색이 변한다.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변신하는 것이다. 한국 정당도 카멜레온과 다르지 않다. 카멜레온은 살기 위해, 정당은 표를 얻기 위해 변신하고 있다.

여야 정당들의 당명 바꾸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권 말 대선이나 총선 때만 되면 되풀이 돼 온 현상이다. 최근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지난달 말에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오는 4·11총선과 올 연말 대선을 위해서다. 선거용 당명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당정치가 시민정치에 패배한 게 주 요인이다. 여야 모두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간판을 바꾼 것이다. 한국 정당에서는 국민 인기만 잃으면 당명을 바꾸는 것이 자연스럽다. 식당 간판은 바꿨지만 음식 맛이나 손님은 그대로다. 일단 간판을 바꿔 신장개업을 한 것처럼 손님에게 홍보를 하고 있다. 손님 입장에서는 웃기는 얘기다. 맛도 서비스도 그대로인데 간판만 바꿨다고 손님이 찾아오겠는가. 식당의 맛없는 메뉴는 그대로 두고 이름만 바꾼다 해서 손님이 찾지 않는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질 않는다.

당명을 바꾸는 것은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작년 12월 이후 한 달 만에 여야 주요 정당의 이름이 모두 바뀌게 됐다. 한나라당은 14년 3개월 만에 간판을 바꿨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23일 시민통합당과 합당해 민주통합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창당 4년 만이다. 그 열흘 전인 12월 13일에는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 등과 합당해 통합진보당이란 이름으로 변신했다. 이러다 보니 2007년 11월 창당한 창조한국당이 가장 이름이 오래된 정당이 돼 버렸다.

한나라당 당명은 두 번의 대선 패배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역풍에 따른 원내 제2당 추락에도 버텼다. 그래서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이 귀하다. 당명이 자주 바뀌는 한국 정치사를 보면 속은 그대로 두고 겉모양만 바꾸어 국민들을 속이려는 술수가 많았다. 선거 때만 되면 새로운 당이 만들어지는 한국 정당사의 현실과 한나라당이 당명을 바꾸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자신들만의 이익에 급급한 부자당이라는 인식을 바꾸려는 반성과 뼈를 깎는 개혁 없이 그저 이름만 바꾼다고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는다.

◆ 당명 바꾸는 것은 ‘대국민사기’다.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한나라당의 새누리당으로 당명 개정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정당들은 인기를 잃으면 당명을 바꾼다”고 비판했다.

이 저널은 보도를 통해 “당명 개정은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라면서 “예전에는 당명 개정이 새로운 정치 지도자의 지배력 장악을 알리는 신호 역할을 했지만 최근 10년 동안은 인기를 잃은 정당이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당 이름을 바꾸는 것은 일종의 코미디다. 이런 코미디에 놀아날 국민은 없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이 시점에서 여유를 갖고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거머쥔 반사적 이익에 안주하기는 이르다. 야당도 온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민주통합당이란 이름을 달았다. 통합민주당에서 민주당으로, 또 민주통합당으로 변경했다. 4년 만에 3차례 당명을 바꾸었다. ‘민주당’ 만큼은 당명에 넣은 게 기특할 정도다.

정치 컨설팅회사 MIN의 박성민 대표는 “선출된 정당의 지도자를 축출하고 당명을 바꾸는 것은 불확실성을 키울 뿐”이라며 “진정한 신뢰와 일관성을 주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이번 당명 변경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이름처럼 새누리당이 온 세상을 지배할지 또는 새처럼 추락할지, 민주통합당은 거대 야당이 될지, 아니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할지 두고 볼 일이다. 미국처럼 100년 정당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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