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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과 서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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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8  19: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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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지난 74년 봄 필자는 충주 답사에 나서 금가면 유송리 김생사(金生寺)터라는 곳을 조사하게 됐다. 김생사지 답사는 일제강점기 만든 유적목록을 참고 한 것인데 학계에서도 조사가 안 된 곳이었다. 이른 봄 질척이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절터를 찾았다.

조선 후기에 지은 낡은 고가 앞에 반듯한 대지가 있었다. ‘김생제(金生堤)’라는 축대를 조사하고 밭둑에 올라서는 순간, 그 곳에는 특별한 유물이 나를 반겼다. 바로 화려한 당초문(唐草紋)이 새겨진 와당(瓦當)이었다. 와당은 암막새로 완형이었으며 무늬는 굵은 모양의 균정한 당초문이었다.

“아니 이런 곳에 와당이?”

와당은 신라 왕경이나 백제 고도 부여, 공주등 지역에서만 수습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왕도에서 먼 충주 땅에서 이런 아름다운 와당이 나오다니... 절터에서는 다수의 기와조각과 토기조각들이 산란했으며 통일신라~고려시대에 번성했던 절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 통일신라 와당은 ‘김생사’로 전해 내려오는 절터가 명필 김생이 살았던 곳이라는 설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김생은 우륵, 강수와 더불어 중원경 3대 예술가 중 한 분이다. 김생의 필적은 이미 고려시대 송나라에도 전해져 해동의 서성(書聖)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러니까 1천년 전에 이미 대륙에서 한류를 일으킨 예술가였던 셈이다.

고려 시기 문명이 높았던 학사 홍관이 송나라에 들어가서 변경(卞京.송나라 서울)에 묵고 있을 때 얘기다. 이 때 중국 학사들이 황제의 칙서를 받들고 사관으로 들어왔다.

홍관은 그들에게 김생의 유묵을 한 권 보여줬다. 송나라 학사들은 놀란 눈으로 “오늘날 왕희지의 친필을 보게 될 줄 몰랐다”고 감탄했다. 홍관이 “아닙니다. 이것은 신라인 김생이 쓴 것입니다.” 송나라 학사들은 “천하에 왕희지 말고 어찌 이런 묘필이 있겠오?”라고 하였다. 홍관이 여러 번 말했지만 중국 학사들은 믿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송나라 관리들 사이에 김생의 필적을 얻으려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김생을 탄연(坦然), 최우(崔瑀), 유신(柳伸 )등과 더불어 ‘신품사현(神品四賢)’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김생의 글씨는 한 획을 긋는 데도 굵기가 단조롭지 않으며 변화가 무쌍하다고 한다.

현재 김생의 필적으로 전해지는 것은 태자사낭공대사백월서운탑비, 창림사비, 이현서묘비 등이 있다. 태자사낭공대사탑비는 김생의 글씨를 집자(集子)하여 세운 것이다. 보은 삼년산성 북문지 인근 암반에 각자되어 있는 ‘아미지(蛾眉池)’란 글씨도 김생의 글씨로 전해 내려온다. 신라시대 유행했던 왕희지 풍으로 품격이 높다.

서예계 일각에서 중원경(中原京) 김생사지 인근에 기념비적인 ‘김생서예관’을 건립해야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서예는 동양 정신문화의 진수이며 아무리 현대문명이 발달을 해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장르다. 한국의 1천년 수백년 역사는 모두 한자로 표기 되어 있으며 중국의 명필 위상을 넘다드는 명인들이 수 없이 배출되었다. 한국의 서맥(書脈)은 김생에서 시작하여 조선후기 청나라 학자들을 감동시킨 추사 김정희에 이르기 까지 찬란하기만 하다.

김생서예관은 역대 명필들의 작품을 모아 연구하는 중심기관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특히 중국의 역대 명필과 일본 명인들의 작품도 수장하여 삼국의 서예세계를 비교 연구하는 동양서예관으로 구상됨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되면 많은 중국 요우커들과 일본 관광객 까지 부를 수 있다.

계제에 일부 타군에서 김생의 출생 설을 주장 하는 일은 없어야 겠다. 설화 속에 등장하는 효녀 심청을 여러 곳에서 자기네 출신이라고 가탁하는 해프닝과 다를 바 없다. 김생은 신라 부도(副都) 중원경, 즉 충주사람이었고 그가 살던 가람 김생사가 충주에 있다는 것은 역사에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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