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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의 비파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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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0  19: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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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비파(琵琶)’는 중국의 대표적인 악기다. 공자 시기에도 비파가 유행했으니 그 역사는 2천수백년이 넘는다. 이 비파가 고대 한반도에도 전래 돼 삼국시대에는 활발히 연주됐었으나 조선후기에 이르러 유행이 끊겼다.

비파의 단조로움이 가야금이나 아쟁처럼 긴 여운을 즐기는 우리민족에게 와 닿지 않은 때문인가. 그러나 중국에서는 지금도 대표적인 전통 악기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은 비파 연주에 뛰어났다. 스승이 어느 날 제자들에게 각자의 포부를 물었다. 많은 제자들이 정치가가 되어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려 보겠다고 했으나 증점은 다르게 대답했다.

“봄날 친구들과 함께 강가(沂水)에 가서 놀며 목욕하고 노래를 부르고 돌아오고 싶습니다.”

이때 공자의 답이 걸작이다.

“나도 자네와 함께하고 싶다.(吾與點也)”

공자도 한가로운 삶속에서 비파를 뜯으며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믿은 것인가. 성인의 음악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음악은 풍속을 바로잡고 귀신을 감동시키는 것이니 버려서는 안 된다’고 예찬하기도 했다.

삼국사기 악지(樂志)를 보면 ‘비파는 본래 북쪽 오랑캐들이 말 위에서 연주하던 현악기이다. 손을 밖으로 밀어서 소리 내는 것을 비(琵)라 했고, 손을 안으로 끌어들여서 소리 내는 것을 파(琶)라고 했다’고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고구려에는 비파가 공후·생(笙)·소·피리·요고(腰鼓) 등 악기와 함께 유행했으며 백제와 신라 음악에 비해 매우 발전했다는 기록이 있다.

통일 신라에서는 가야금, 거문고, 향비파를 3현이라고 불렀으며 대금, 중금, 소금의 3죽이 있었다. 당나라 음악이 유입된 것도 통일시기 이후다. 문무왕 4년 사람을 보내 당악을 배웠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 불교 금속제 유물에서 당 비파의 조각품을 엿볼 수 있다.

세조 때 성현의 악학궤범(樂學軌範)에는 네 줄짜리의 비파를 ‘당비파’라고 불렀고, 다섯 줄짜리의 비파를 ‘향비파’라고 구분하였다. 세종 때 아름다운 여기(女妓)들은 모두 네 줄짜리 당비파를 배웠다고 한다.

조선 인조 때 궁인 굴씨는 명나라 황실로 뽑혀 갔다가 나라가 망하자 귀국했는데 비파를 잘 탔다. 그녀가 황실에 있을 때 명나라 악사들로부터 비파를 배운 때문이다. 그녀의 소장품에 자단목(紫檀木)으로 만든 희귀한 비파가 있었는데 선비들 사이에 이 것을 욕심내는 이들이 많았다.

당대 명문가인 강세황의 손자 강이오(姜彛五)가 이 비파를 발견하여 잔 간수해왔으며 글씨와 그림의 대가였던 자하(紫霞) 신위는 장악원 악사로부터 비파 연주를 듣고 그 감흥을 시로 토로했다.

‘미인은 흙으로 돌아갔어도 악기에 배인 향기는 남아 있구나.’

최근 명창 남궁정애씨(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가 영동군 악성 난계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노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중국 북방계 비파 2점을 영동군 박세복군수에게 기증했다고 한다. 그녀가 기증한 비파는 중국에서도 희귀한 2~3현 비파로서 앞으로 난계국악박물관에 영구 전시되게 된다.

남궁정애 명창은 후진 국악인 양성은 물론 자연을 벗 삼은 국악사랑 모임, ‘풍류애(風流愛)’를 지도하며 국악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견국악인이다. 그녀는 ‘영동 난계 박연선생의 유적 세계문화유산등재야 말로 한국국악인들의 한결 같은 바람이며 숙원’이라고 기증 동기를 피력했다.

이번 기증을 계기로 영동박물관을 전국 제일의 국악박물관으로 키우기 위한 기증운동이 국악계에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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