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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관음불상은 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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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4  10: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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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대마도에서는 지금도 가을철이면 재미난 동요가 불려진다. 사람들이 민들레 꽃잎을 허공에 날리며 ’멀리 멀리 조선까지 날아가서 쌀을 갖고 오너라‘고 부르는 것이다. 왜 이런 동요가 전해 내려오는 것일까. 이 노래 속에는 7백여년 전 한반도의 서, 남해안을 전율과 비극으로 몰아넣은 역사 비밀이 숨겨져 있다.

대마도는 경작면적이 좁아 항상 식량이 부족했다. 이들은 조선이나 중국 해안을 찾아가 쌀을 구해야 하는 절박성을 지니고 있었다. 고려 말 조선 초기 한반도 서, 남해에 출물, 해안을 습격하고 숱한 만행을 저지른 왜구(倭寇)들은 주로 이곳과 규수(九州) 해적들이다.

지난 1991년 진도 앞 바다 밑에서 13세기 쯤 만들어진 통나무배가 발견됐다. 선박 고고학자들은 이 배를 왜구 선박으로 내다봤다. 우선 나무가 일본산 녹나무였던 것이다. 구조 또한 속을 파낸 반원형 통나무를 결구하여 하부구조를 만든 다음 위에 돛대와 선실 등을 얹은 형태다. 12~14세기 일본 선박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식으로 평가 했다.

그런데 배 안에서는 빛깔 좋은 청자 등 다양한 고려시대 유물이 찾아졌다. 학자들은 배의 형태나 수습된 많은 유물로 보아 무역선이라기보다는 왜구의 해적선으로 점쳤다.

왜구들은 배 몇 척이 연합하여 해안을 침입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백 척 혹은 5백여척이나 되는 선단을 꾸려 침공하기도 했다. 2만명의 잔인한 무리들이 해안을 점령하여 약탈하고 부녀자들을 납치했으니 그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게다.

왜구의 침입 중 가장 큰 사건은 1380년 8월, 500여척의 왜선은 진포(鎭浦) 어귀로 진입해 온 사례다. 이는 왜구의 침입 역사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로 기록 된다. 이 시기는 고려말기 우왕(禑王)대로 강화도, 황해도까지 점령당하여 왕도를 철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논의까지 나왔다

고려정부는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해 노장 나세, 최무선(崔茂宣)에게 함선 백 여척을 주어 막도록 했다. 당시 백여 척은 고려 수군의 전 병력이었다고 한다. 고려 해군은 엄청난 수자의 왜구를 막을 능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충남 서천을 비롯 서산 보령 홍성 등 해안가에 있는 민가나 사찰은 불에 타고 사람들은 도륙 당했다.

이 시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회화로 평가 받고 있는 고려불화들도 거의 약탈당했다. 한반도에 한 점의 고려 불화도 남아있지 않고 깡그리 일본으로 건너간 이유는 이런 참화를 당했기 때문이다. 왜구들은 서적은 물론 법당에 모셨던 동종(銅鐘)이며 아름다운 불상 까지 약탈해 갔다.

현재 대마도에서 문화재 절도단이 훔쳐와 소유권 법적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서산 부석사 금동 관음보살좌상은 이 시기 왜구에게 약탈된 문화재다. 복장품 조성기를 보면 ‘1330년 2월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신도들이 시주, 봉안하면서 부석사에 영원토록 모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불상을 소유하고 있던 대마도 관음사는 자신들이 수백년 간 모셔온 것이라고 반환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서산 관음좌상 제자리 봉안위는 ‘왜구의 서산 지역 침탈기록, 왜구의 수장 고노에 의해 관음사가 창건된 점, 복장물 등에 부석사에서 관음사로 이운한 기록이 전무한 점’ 등을 제시 반환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옛 기록에 해안에 자주 출몰하던 정체모를 선박들을 가리켜 ‘황당선’이라고 했다. 황당이란 ‘말이나 행동이 허황하고 터무니없다’는 뜻이다. 왜구들의 배가 해안에 보이면 ‘황당선이다’라고 외치며 바다에 몸을 던져 피하거나 집을 버리고 산간으로 피난했다. 이런 내용은 임진전쟁당시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혀 있다 돌아온 강항(姜沆)의 일기 간양록(看羊錄)에도 나온다.

대마도는 한때 황당선의 본거지였다. 자신들의 불상이라고 주장하는 관음사의 요구가 ‘황당’하게만 들리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관음불상이 돌아와 봉안 될 위치는 정작 부석사 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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