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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탈출 소녀의 인간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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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9  20: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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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고전 흥부전에는 조선 사회 가난한 서민들의 슬픈 풍속도가 잘 그려져 있다. 흥부는 10여명이 넘는 어린 자식들이 눈을 뜨자마자 ‘어메 밥 어메 밥’을 찾는 바람에 여러 가지 힘든 알바를 한다.

“이 설움 저 설움 해도 배고픈 설움이 제일이여..” 흥부는 관가에 나가 대신 매를 맞아주는 ‘매품’까지 파는 것이었다. 회초리나 곤장을 맞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죽을 각오로 하는 짓이어서 흥부 아내는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남편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피눈물을 쏟는다.

착한 흥부의 소망은 흰 쌀밥이었다. 형 놀부에게 식량이라도 얻을까 찾았다가 악독한 형수에게 밥 주걱세례를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허기진 흥부는 분노보다는 볼에 붙은 밥알을 떼어 먹었다.

제비가 보은으로 물어다준 박을 타는데 제일먼저 나온 것은 쌀과 돈이다. 얼마나 그리운 쌀이며 돈인가. 춤을 추며 외치는 흥부의 노래 소리는 배고픔에 찌든 서민들의 한 맺힌 절규에 가깝다.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돈 봐라 돈 봐라.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 도 잘난 돈,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 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기근이 드는 해는 서민들의 삶이 참으로 비참했다. 태종 9년(1409 AD) 윤 4월, 극심한 가뭄이 들자 주민들이 구름처럼 몰려 산에 올라가 소나무껍질과 나무뿌리를 캐어 연명했다. 양반들도 체면을 무시하고 바가지를 들고 배급장소로 나가 줄을 섰다는 장계가 올라왔다.

헌종 3년(1837) 기록을 보면 16살 양인(良人) 소녀 득열이 아버지를 봉양하겠다며 자신은 물론 미래의 후손까지 노비로 파는 ‘자매(自賣)’ 소송을 냈다. 이 소녀는 ‘굶어 죽는 것 보다는 노비가 될지언정 먹고 살아야 겠다’는 처절한 욕구에서 양인의 신분도 잊어버린 것이었다. 소장을 받은 관아에서는 소녀의 자매를 허가했다.

임진전쟁 당시의 비극은 이 보다 더했다. 비연(斐然) 오희문(吳希文)이 지은 ‘쇄미록(瑣尾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어제 오는 길에 보니 7, 8세 되는 아이가 큰 소리로 통곡하고 있었고, 여인 하나는 길가에 앉아서 얼굴을 가리고 역시 슬피 울고 있었다. 괴이해서 물어보니 “지금 내 남편이 우리 모자를 버리고 갔다”고 했다. “왜 버리고 갔느냐?”고 물었더니, “세 사람이 떠돌면서 구걸했는데, 이제는 더 빌어먹을 곳이 없어서 장차 굶어 죽게 되어 내 남편이 우리 모자를 버리고 갔으니, 우리는 정녕 굶어죽을 수밖에 없어서 우는 것이다”라고 했다“

1990년대 말 북한의 참상은 옛 조선의 기록과 너무 닮았다. 이 시기 북한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탈출하여 중국 대륙을 전전하며 비참한 삶을 살았다. 북한에 살던 많은 주민들은 아사하거나 버려진 아이들은 꽃제비로 거리를 방황해야 했다.

북한을 탈출하여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한국에 정착했던 한 소녀의 사연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 22살인 혜심이라는 소녀는 두만강을 건너 한국에 정착하여 7년 만에 이화여대 간호학과에 합격했다고 한다. 혜심이의 인간 승리적 얘기는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북한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10여년 전 장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웰컴 동막골’이란 영화에서 재미있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마을 촌장이 주민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을 본 인민군 장교가 그 비결을 물었다. 그때 촌장은 근엄하게 ‘배부르게 먹이시레요’로 응수한다.

북한은 고통에 신음하는 주민들을 위해서도 개혁돼야 한다. 핵을 버리고 평화의 길로 나와 문호를 개방하는 것만이 배고픔의 비극을 극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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