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데일리
칼럼칼럼
개성의 비보
세종데일리  |  webmaster@sjdaily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2.15  09:12:3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명기 황진이가 자만하여 송도삼절(三絶)을 지어냈다. 자신과 박연폭포, 그리고 화담(花潭) 서경덕을 꼽았다. 왜 화담이었을까. 권력자와 선비들을 무작위로 희롱했던 황진이는 서경덕에게 만큼은 무릎을 꿇는다. 화담을 시험하기 위해 송악산 서당을 자주 찾았던 황진이는 온갖 교태와 노래로 유혹 했다. 그러나 서경덕은 끝내 학자의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서경덕을 올곧은 학자로 제일 존경하여 엄지를 치켜든 것은 이 때문이다.

황진이는 화담과 더불어 거문고를 들고 송악산 만월대에 자주 올라가 풍류를 즐겼던 모양이다. 만월대는 고려 황궁이 있던 곳으로 주춧돌만 뒹구는 황량한 모습이었다. 황진이는 고려의 흥망을 애상하여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기고 있다.

“눈 가운데 옛 고려의 빛 떠돌고 (雪中前朝色) / 차디찬 종소리는 옛 나라의 소리 같네(寒鐘故國聲) / 남루에 올라 수심 겨워 홀로 있자니(南樓愁獨立) / 허물어진 성터에서 연기만 피어오르네 殘廓暮烟香)”

송도(松都)는 고려 5백년 사직을 지켰던 개성의 별칭이다. 개성에 소나무가 많아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하며 주산의 이름도 송악산(松嶽山)이다. 풍수대가 도선이 일찍부터 왕이 나올 것이라고 예견한 곳이 송악. 그는 일찍이 태조왕건의 출현을 예견했다고 한다.

송악산은 왕건의 할아버지 작제건(作帝建)이 터를 잡은 곳이다. 설화에는 그가 중국 황제의 아들로 등장하며 바다에 사는 용녀를 얻어 용건을 낳고 용건이 왕건을 낳았다고 돼 있다. 용건은 무역으로 재력을 쌓아 아들로 하여금 일국의 제왕을 만들었다.

왕건은 고려를 개국하면서 스스로 황제라고 칭했다. 그가 후백제를 치려고 진주했던 천안 왕자성의 설화에 등장하는 것도 오룡(五龍)이다. 우리나라 지명에서 ‘천안(天安)’이라고 명명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아 황제의 건국과 연결 지을 수 있다. 후삼한 통합의 영웅 왕건은 우리 역사상 제일가는 엠프러(emperor)였던 셈이다.

12세기 개경 풍속은 고려를 찾은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도경(高麗圖經)’을 통해 대륙에 알려진다. 서긍은 예성강 하구 벽란도를 통해 배로 입국하여 개경에 있는 사신의 숙소인 순천관에서 몇 개월을 머물다가 중국에 돌아간 후 그림을 곁들인 기행문을 지어 황제에게 바쳤다.

고려도경 한탁(澣濯)조에는 ‘고려인은 깨끗한 것을 좋아하여 자주 씻고, 중국인들의 더러운 위생 상태를 비웃는다. 남녀가 냇가에서 옷을 벗어던지고 목욕을 하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풍속을 기록했다. 또 과일로 사과나 참외, 복숭아, 배, 대추와 같은 것은 맛이 없다고 쓰고 있다. 고려인들이 애용하는 인삼, 더덕, 복령과 같은 한약재와 모시, 삼베옷, 비단, 모직물도 소개한다.

서긍이 주목한 것은 고려인들의 손 솜씨다. 송나라에서 전수 된 청자를 보고는 중국기물보다 더 정교하다고 평가했다. 청자는 사실 송나라 여요를 닮았지만 공예 면에서는 월등하게 아름답다. 또한 나전칠기와 같은 것은 세밀하고, 귀하다고 평가했다. 서긍은 고려인들의 다(茶)풍속과 역마를 탄 군사들의 분열에도 주목했다.

고려시기 개경은 국제 무역기지였다. 멀리 아라비아 상인들도 드나들며 교역을 했다. 예성강 벽란도는 항상 성시를 이뤘으며 이곳을 통해 고려는 강한 국력을 키울 수 있었다. 지금의 코리아(KOREA)라는 이름이 바로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며 통일한반도의 신수도로 개성이 지목되기도 한다.

그동안 남북대결의 완충지역 몫을 해온 개성공단이 북한의 미사일발사로 폐쇄됐다.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많은 기업들은 눈물로 철수하며 망연자실했다. ‘기업이 망하는 것보다 더 애통한 것은 그나마 통일의 물꼬가 좌절된 것’이라고 눈물짓는 한 기업대표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 한반도 통일의 길이 왜 이렇게 멀고 험난하기만 한가.

<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세종데일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내수동로 114번길 66(사창동, 청주스포츠타운)  |  대표전화 : 043)273-2580  |  팩스 : 043)274-2580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충북 아 00065  |  등록일자 : 2011.08.24  |  발행ㆍ편집인 : 김태순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태순
Copyright 2011 세종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jdail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