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이 바빠졌다. 초·중 무상급식비 분담 갈등과 관련, 충북도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시종 지사와 이승훈 청주시장 등 도내 시장·군수 11명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인건비, 운영비를 제외한 식품비의 75.7%(379억원)만 분담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 지사는 "더는 양보할 여지가 없고, 더 협의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지사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도청 관계자는 "식품비의 75.7% 분담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분담금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 등은 도청의 주장과 달리 국비(지방교육재정교부금)로 지원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전체 무상급식비의 5대 5 분담을 요구해왔던 도교육청은 28일 대응 방안을 논의해 방향까지 정리했으나 입장 표명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참모진과 대응책을 논의한 김병우 교육감은 이날 오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공보관을 통해 언론에 알렸다가 기자회견을 돌연 다음 주로 미뤘다.

김 교육감은 공보관을 통해 "어제 도청의 입장 발표에 대해 오늘 무상급식 운영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좀 더 심사숙고한 후에 입장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연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도교육청 내부에서는 이 지사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회견문에 언급된 2013년 수정합의서는 2014년 한 해의 무상급식 시행을 위한 것인데 사실 관계를 호도했다'는 등의 '도돌이표' 반응이 나왔다.

김 교육감이 다음 주에 내놓을 입장을 크게 보면 식품비의 75.7% 분담안을 수용할지 여부다.

수용한다면 작년 초부터 심화한 충북의 무상급식 갈등은 종지부를 찍는다. 이 경우 도교육청은 올해 무상급식 부족액 91억원을 떠안아야 한다. 올해 무상급식 예산은 도청의 입장 불변으로 전체 소요액 961억원 중 870억원만 편성됐다.

그러나 수용 불가를 택한다면 충북의 무상급식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된다.

도교육청이 무상급식비 펑크를 이유로 91억원을 학부모에게 걷어 부분 유상급식으로 전환키로 하거나 급식 대상 학년을 줄이겠다고 하면 도청은 예고한 것처럼 분담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게 된다. 2011년부터 시행된 무상급식이 좌초하는 그림이다.

김 교육감이 91억원 부족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은 새로운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교육감은 기본적으로 초·중 전면 무상급식이 이 지사와 옛 민주당의 2010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출발한 만큼 이 지사가 전면 무상급식 유지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마지막으로 협상 지속을 위해 수정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도교육청은 최근 '인건비와 운영비는 교육청이 부담하고 식품비는 도청이 내되 식품비가 급식비 총액의 50%를 초과할 경우 양 기관 협의로 교육청이 추가 부담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올해 기준으로 식품비는 501억원인데 이는 도교육청이 분담 대상으로 산정한 무상급식비 940억원의 50%(470억원)을 넘는만큼 470억원만 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식품비의 93.8%를 부담하라는 얘기였다.

도교육청은 이 식품비의 부담률을 더 줄이는 등의 제안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사가 시장·군수들의 지원사격 속에 더는 협의가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실제 수정 제안이 이뤄져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충북의 무상급식 갈등은 여전히 안갯속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