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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가 자식을 죽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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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25  19: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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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천륜(天倫)이라고 한다. 부모와 자식은 하늘이 맺어 준 특별한 사이임을 지칭한 것이다. 맹자도 아비는 자식에게 자식은 아비에게 역할을 다해야 하는 강상(綱常)의 도를 가르치고 있다.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父父子子)’함을 지키지 않으면 바로 패륜이라고 지목했다.

부모는 자식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것을 두렵게 여기지 않았다. 자녀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들은 평생 가슴에 묻은 채 ‘단장(斷腸)’의 슬픔을 안고 산다.

너무 슬퍼 창자가 끊어진다는 단장이란 말은 고대 중국 동진시대 환온의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환온이 촉(蜀)을 정벌하려 양자강 협곡을 통과할 때 군졸 하나가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사로잡아 배에 실었다. 이때 강가에서 어미 원숭이가 강가에서 구슬피 울기 시작했다.

배가 출발하자 어미 원숭이는 배를 쫓아왔다. 1백여리를 지나 환온의 배가 강기슭에 닿자 어미 원숭이는 필사적으로 배에 올라탔다. 기진맥진한 어미원숭이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군사들이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설화 심청전은 부친의 눈과 자신을 맞바꾼 한 효녀의 얘기가 아닌가. 소녀 청은 자신의 삶보다는 앞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버린 것이다. 신라시대 효녀 설씨녀도 아버지를 대신하여 군 입대를 지원한 총각과 약혼한다. 배필을 결정하는 데도 천륜을 먼저 생각한 것이었다.

조선 영조는 아들 세자를 뒤주에 가둬 굶겨 죽이는 잔인함을 보였다. 죄목은 세자가 죄 없는 사람들 많이 죽이고 궁인을 겁탈하는 등 정신 이상 증세가 심각했다는 것이다. 아비가 자식을 죽이는 것이 천륜에 어긋나는 것이었으나 영조는 왕권을 지키기 위해 극단의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세자 부인 혜경궁 홍씨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는 독함을 보였다.

아들이 세손에 오른 후 홍씨는 궁궐에 재입궁했다. 홍씨는 “저희 모자가 보전함은 모두 전하의 성은이로소이다.”라며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영조는 “내가 너를 볼 마음이 어려웠는데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니 아름답구나.”라며 감격해 했다. 혜경궁 홍씨가 입을 악물고 아들을 지킨 기록이 한중록(閑中錄)이다.

1993년 아시아나기 추락사고 당시 한 5세 여자 어린이는 33세의 엄마가 가슴으로 안아 목숨을 살렸다. 그녀는 구조대원이 오는 순간 까지 강인하게 버티다 아들을 구조단에게 인계한 뒤 눈을 감았다고 한다

지난 해 6월 콜롬비아에 살고 있는 무리요라는 18세 아기엄마가 경비행기를 타고 휴양지로 가다 추락 사고를 당했다. 기체의 절반이 부서지고 조종사가 숨졌으나 모자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비행기가 추락한 후 젊은 엄마는 경비행기가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들을 데리고 필사적으로 잔해를 빠져나와 필사적으로 뛰었다. 자식을 살리겠다는 엄마의 필사적 힘이 두 모자를 살린 것이다.

탈북민 김철민씨는 지난 90년대 후반 북한을 탈출했다. 그가 쓴 일기를 보면 광산에 광부로 근무하던 아버지가 자신들을 먹이려고 정작 자신은 굶주리다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남한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그는 지금도 아버지를 가슴에 묻고 산다.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에 국민이 공분하고 있다. 범인 최씨가 아들을 2시간 동안이나 무차별 폭행,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30대 어머니마저 폭행당시 말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왜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가. 아직도 사회 일각에서는 천륜부재의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 사회의 인성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이 시급히 작동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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