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이 학부모 등 교육가족 10여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상급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병우 교육감은 18일 간부회의를 통해 무상급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조사 비공개 결정에 대해 ‘잘한 일’이란 우호적 평가와 조사는 하고 발표는 하지 않는 것은 학부모 등을 ‘우롱’ 한 일이라는 대조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은 설문조사에 대해선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조사대상자는 12만명이었으나, 응답률과 응답자수는 어느 정도인지조차 비밀로 취급했다.

도교육청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교육청에 유리한 쪽으로 나왔다는 분석은 나오고 있다.

올해 무상급식 예산 부족분 91억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조사대상자의 60~70%는 ‘도청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일부는 ‘이시종 충북지사를 상대로 청원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육재정이 곤궁하다면 십시일반 하겠다’며 유상급식에 참여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인 학부모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상급식을 포기하고 선별급식으로 유턴하자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이런 모든 의견은 교육청 처지에서 보면 유리한 환경으로 활용할만한 소재다. 이처럼 도를 압박할 카드를 두고 공개하지 않은 도교육청의 속내는 무엇일까.

김 교육감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설문조사에서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얻긴 했지만 발표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도와 협상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용으로 활용하고, 정책방향을 정하는데 학부모가 적극 참여하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에 우호적인 여론을 확인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발표를 갑자기 선회한 것은 1년간 진행된 충북도와 도교육청의 갈등구조를 더 악화하고, 풀리지 않는 매듭을 더 꼬이게 만드는 흐름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김 교육감의 ‘비공개’ 결정은 묘수라는 평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학부모 등 교육가족의 의견을 물어보기만 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설문에 참여했던 한 학부모는 “무상급식에 관한 설문조사는 진행해 놓고 어떠한 의견들이 모아졌는지에 대해서 발표하지 않는 것은 학부모들을 우롱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조사 결과 비공개가 도와의 갈등 폭발을 피해가기 위한 것인지, 마지막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발표 시기를 저울질 하는 것인지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