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임의 편성한 것에 대해 충북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한 가운데 혼란과 파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도의회는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재의 처리를 최대한 늦출 계획이지만 실제 돈을 쥔 교육청이 예산 집행을 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도의회 재의 처리는 물론 대법원 판결 전까지 임의 편성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집행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10일 도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일 제344회 정례회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6개월치 예산 419억9000만원을 임의 편성한 것에 대해 교육청이 지난 8일 재의 요구안을 공식 제출했다.

교육청으로서는 김병우 교육감이 부동의했음에도 도의회가 예산을 임의 편성한 것은 관련법령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도의회는 재의 요구안을 오는 7월께 처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의 처리를 최대한 늦춰 보육료 중단 사태를 막으려는 취지다.

또 이면에는 재의 결과에 대해 교육청이 대법원에 제소할 것이 뻔해 처리 기한을 최대한 미루고, 이 기간에 정부 차원의 대책 등 사태 추이에 따라 대응한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행법상 재의 요구안은 본회의에 상정, 찬반 표결로 처리되지만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명시된 재의결 기한은 '재의 요구서가 도착한 10일 이내'이다.

여기서 '10일 이내'는 폐·휴회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있는 만큼 오는 7월 8일 열리게 되는 '올해 10일째 본회의' 개념인 것이다.

또 재의 요구안이 상정되더라도 다수를 차지한 새누리당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적다.

도의회는 6개월치 예산을 임의 편성한 만큼 일단 보육대란을 막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교육청의 생각은 다르다.

교육청은 재의결 시점까지 예산 집행을 하지 않을 방침인데다 재의 부결시에는 대법원 제소 가능성이 높다.

교육청은 대법원 판결 전까지 예산 집행은 어렵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교육청이 지자체에 예산을 전출하고 이를 지자체가 집행하는 방식이어서 교육청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어린이집 누리과정의 혼란과 파행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도의회 관계자는 “예산이 편성됐음에도 집행하지 않을 경우 교육청은 어린이집 관련 종사자나 학부모들로부터 더욱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지만 교육청 측은 “예산 집행 뜻이 있었다면 재의 요구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존 방침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