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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 ‘가정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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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03  18: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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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실린 ‘골계열전(滑稽列傳)’은 재치 있는 말솜씨를 구사한 인물들의 일화를 모은 기록이다. 한나라 재상 순우곤이 출세할 수 있었던 것은 유머 덕분이었다. 순우곤은 왕에게 수수께끼를 내 왕의 심경을 움직였다.

“나라 안에 큰 새가 있는데, 대궐 뜰에 있으면서 3년이 지나도록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왕께서는 이것이 어떤 새인지 아십니까?”

위왕은 ‘이 자가 내가 3년 동안 정사를 돌보지 않아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닌가?...그렇다면 멋진 답을 주어야지....’ 왕은 수수께끼를 푸는 식으로 대답을 했다.

“이 새는 날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번 날았다 하면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한번 울었다 하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순우곤의 수수께끼를 푼 다음 위왕은 정사에 힘썼으며 덕치를 베풀었다고 한다. 재상의 뼈 있는 유머에 왕이 마음을 바로 잡은 것이다.

근엄한 얼굴과 경직된 표정을 덕목으로 삼았던 조선 유교사회 선비들 사이에도 유머는 유행했다. 선비들은 유머가 풍부한 소설류나 재미난 책을 발견하면 빌려다 필사했으며 청소년들은 서적 안에 몰래 끼워 놓고 밤새 열독했다고 한다.

성종 때 강희맹(姜希孟)이 지은 야담집 촌담해이(村談解燎), 연산군 때 송세림(宋世琳)의 ‘어면순(禦眠楯)’ 서거정(徐居正)의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등은 재미난 일화를 모은 유머집이다. 서민사회에 유행하던 변강쇠전은 더욱 노골화한 음담서로서 판소리로 불려 장마당 관중들을 포복절도케 했다.

풍류가 있었던 조선 성종은 유머와 끼로 뭉쳐진 함흥기생 소춘풍(笑春風)을 자주 궁중으로 불러 그녀의 재담을 들으며 즐거워했다. 소춘풍이란 이름도 성종이 지어주었다는 설도 있는데 ‘봄바람에 웃음’ 즉 복사꽃을 상징한 것이다. 임금이 얼마나 유머를 좋아했으면 금기시했던 여기(女妓)를 궁으로 까지 끌어들인 것일까.

성종과 소춘풍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한다. 소춘풍이 서울에서 잠을 자는데 성종이 사복으로 궁을 나와 그녀의 집 담장을 넘었다. 소춘풍은 임금을 알아보고 ‘저는 임금과는 놀지 않습니다’라고 말을 했다. 그때 성종은 ‘나는 한양에 사는 이서방일세’라고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임금과 하천한 기생이라는 신분을 초월하여 즐거운 밤을 보냈다.

서구에서는 유머가 없는 지도자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처칠이나 드골의 유머는 유명했지만 미국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는 무뚝뚝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유머를 좋아한 인물이었다. 쿨리지의 아내는 아침부터 유머를 구사하는 남편 옆에서 행복한 내조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 미국대통령 오바마도 늘 유머를 구사한다. ‘우리 집에서 제일 오래 된 건 마누라와 집, 그리고 차다’ 오바마는 기자들과 담소를 나눌 때 유머를 구사하여 좌중을 웃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에는 자주 유머를 구사하여 자리를 부드럽게 한다는 보도가 있다.

모 신문이 지난해 12월 20대 이상 10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국민들은 새해 소망으로 ‘돈 모으기’보다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압도적인 비율로 우선시했다. 웃음꽃이 피는 가정이 최고의 소망임을 알려주고 있다.

뇌는 웃을 때 엔도르핀(Endorphin)을 포함한 21가지 호르몬을 쏟아낸다고 한다. 모르핀 보다 300배 강한 진통효과인 엔케팔린(Enkephalin),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글로불린(Immunoglobulin),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Serotonin) 등 호르몬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20세기 지성이었던 철학자 윌리암 제임스(William james, 하바드대교수)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게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말이 있듯이 나라도 웃고, 국민들의 마음속에 ‘웃음꽃이 활짝 피는 복된 2016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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