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이 새해부터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전국적으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문제와 91억원이 모자라게 편성된 초·중 무상급식비 문제 해결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여기에 행정직 공무원들의 반발을 불러 온 조직개편안도 확정해야 한다.

특히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충북도의회의 누리과정 예산 임의편성에 대한 김병우 교육감의 재의 요구 여부다.

●김 교육감, 누리과정 임의편성 재의 요구 하나

인천시교육청이 지난해 말 시의회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임의편성과 관련, 재의를 요구했고, 충남교육청 역시 주중 재의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재의 요구 기한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보육비 6개월치 411억9천만원 임의 편성이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송 시점이 지난달 21일이어서 주중에는 방향을 정해야 한다.

김 교육감이 대법원 소 제기 등 법적 대응 방침까지 천명한 점을 고려하면 재의 요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의 요구는 시간문제이나 도교육청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의회는 누리과정 관련 갈등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데도 대립각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육감은 일찌감치 재의 요구 등 불복 절차 진행과 함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경우 어린이집연합회가 직무유기라며 김 교육감을 고발한 것이 뻔한 것도 교육청의 부담이다.

●무상급식비 분담 갈등 종지부 찍을까

도교육청은 초·중 무상급식비 문제도 풀어야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2월까지는 무상급식 갈등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구상이다.

올해 무상급식 예산은 91억원이 부족하게 편성됐다. 도교육청은 충북도가 전체 무상급식 비용의 절반이 아니라 인건비 등을 제외한 식품비의 75.7% 379억원만 부담하겠다고 하자 실제 소요액(961억원)보다 91억원 모자란 870억원을 무상급식 예산으로 편성했다.

도교육청은 최근 들어 도를 압박하기 위한 파상공세를 펼쳤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21∼24일 학부모, 교직원 등 교육가족 12만명을 무상급식 설문조사를 벌였다.

다른 교육사업을 줄이는 방법으로 91억원을 마련해 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지, 학부모에게 부족액을 전가해야 하는지, 도청에 추가 분담을 요구해야 하는지가 핵심 내용이다. 설문지는 각 학교를 통해 오는 5일 취합된다. 결과 분석에는 5일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만약 충북도가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이면 이 데이터를 근거로 도에 추가 분담을 마지막으로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이상의 지원은 없다는 것이 도의 확고한 방침이어서 부족액 91억원을 교육청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도교육청이 눈앞의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조직 갈등 부른 조직개편안 수정되나

본청 조직개편안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

도교육청은 현행 2국 3담당관 10과 체제를 유지하면서 담당을 53에서 47로 줄이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지난달 16일 발표했다.

공보관을 일반직이 아닌 장학관으로 임명하는 것과 2015 개정 교육과정 수행을 위해 문화예술, 진로방과후, 학교안전담당을 신설하고 총괄·조정 기능 강화를 위해 안전복지과를 설치하는 것 등이 개편안의 뼈대다.

이런 내용을 담은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은 오는 13일을 기한으로 입법예고 중이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의 시위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충북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은 “교육국에 있던 학교안전·학생복지·급식 부문을 행정국으로 이관했고, 교원노조를 담당하는 교원단체담당과 교육공무직노조 담당 부서는 그대로 두고 지방공무원 노조를 담당하는 부서는 공중분해 했다”고 반발했다.

공무원노조는 일반직 근무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며 조직개편안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조직개편안 입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까지 검토해 개편안을 일부 수정할지, 원안을 확정할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