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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금 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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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28  08: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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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금수저’란 말이 올해 대학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신조어 1위로 뽑혔다고 한다. 금수저는 부유한 부모 밑에서 자라 자기 노력 없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계층을 풍자한 단어다. ‘헬조선’이니 ‘N포세대’니 하는 좌절에 가까운 유행어가 2,3위를 차지했다니 젊은 지성들의 시계가 어두운 것 같다.

봉건 사회에서도 금은을 가질 수 있는 계층은 엄격히 구분되었다. 금제 용구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제왕이나 특별한 신분만이 가능했다. 그래서 고대 왕릉에서는 많은 금제 유물이 발굴된다.

유물가운데는 순금제도 있고 도금한 것도 있다. 왕관이나 잔, 혹은 장식류는 순금을 썼지만 대개는 도금한 것들이다. 백제 무왕의 왕비 선화공주가 발원한 미륵사지 석탑의 감실에서 찾아진 금제품은 거의가 도금한 것들이다.

그러나 제왕이 일상에 사용했던 수저는 금제는 없고 대개 청동제품이다. 금제 수저가 발굴된 경우는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 엄청남 금제 유물이 쏟아진 경주 155고분이나 호우총(壺杅塚), 금령총(金鈴塚)등에서도 금수저는 찾아지지 않았다. 고대 왕들은 수저만큼은 금제로 사용하지 않고 은제나 청동제를 사용했던 것이다. 금제 수저를 사용함직도 한데 왜 그들은 이를 피한 것일까.

고대 중국의 상나라 역사를 보면 이런 재미난 내용이 보인다. 폭군 주왕(紂王)이 상아 젓가락을 쓰기 시작하자 기자(箕子)가 이를 보고 사치로 나라가 쇠퇴할 것이라 개탄했다.

“그가 상아 젓가락을 사용하면 반드시 옥으로 된 잔을 쓸 것이고, 옥잔을 쓰면 반드시 먼 곳의 진귀하고 기이한 물건들을 몰고 올 궁리를 할 것이다. 그러니 수레와 말, 궁실의 사치스러움이 이것으로부터 점점 시작될 것이니 흥성할 수 없을 것이다.”

주왕은 기자의 간언을 듣지 않다가 결국 망하고 만다. 그는 역사에 가장 포악하고 나쁜 제왕으로 회자되는 것이다. 역대 황제들은 주왕의 고사를 거울삼아 수저만큼은 소박한 것을 주문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제왕의 수라상에 놓여 진 수저는 대게 은제품이었다. 은수저는 음식물에 독약을 주입했는지를 제일먼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수라는 수라청 환관들이 1차 극약검사를 마친 다음 수라상궁이 또 시식한 후에야 임금에게 진상된다.

중국 고대 비사를 보면 황제를 독살하는 경우 수라로는 어려워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황제에게 기(氣)를 보양한다고 비약(秘藥)을 들여 마시게 하는 것이다.

비약이란 최음제로 마약성분을 가지는데 중국고사에 등장하는 수은제 금단(金丹)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약을 마시면 황제는 대개 주색잡기에 빠지게 되며 결국은 심장마비나 뇌출혈로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금수저는 일상 용품으로는 적당치 않았으나 귀족들이 주고받는 선물로는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조선 말 의친왕 이강(李堈)은 영친왕이 세 살 때 친일파였던 민영휘(閔泳徽)로 부터 금수저 한 벌을 선물로 받았다. 의친왕은 이 금수저를 김비(金妃) 치마 앞에 놓고 ‘이것을 팔아 형님의 노자를 만들라’고 했다는 야사가 전한다.

한 서울대 재학생이 ‘수저 색깔이 이 사회의 합리이며 생존을 결정 한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 목숨을 끊었다. 올해 적지 않은 ‘금수저 사건’들이 서민들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안겨 준 것인가.

한국사회의 불평등한 현실이 젊은 세대들에겐 좌절이다. 이들이 계속 절망에 빠지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없다고 본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총선을 얼마 앞두고 있다고 해도 공천경쟁이나 당리당략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새해에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신조어가 반드시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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