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이 충북도의회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6개월치 강제 편성과 관련, 조만간 재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22일 "내부적으로 재의 요구를 위한 절차와 법적 문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우 교육감이 지난 21일 본회의장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강제 편성에 반대한 점을 고려할 때 교육청 실무 부서는 의회가 내년도 예산안 의결 내용을 이송하면 곧바로 김 교육감 결재를 받아 재의를 요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보육비 강제 편성이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에는 또 '재의 요구에 따른 재의 결과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의결사항은 확정된다'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재의 요구를 하더라도 교육청이 바라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도의회를 장악한 원내 제1당인 새누리당이 누리과정 예산의 강제편성을 주도한 만큼 재의과정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김 교육감은 재의 요구에도 예산 강제 편성이 뒤집히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재의결된 사항도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이 경우 해당 의결의 집행 정지를 요구하는 집행정지 결정 신청도 함께 제기할 수 있다.

김 교육감은 "도의회가 임의로 예산을 편성하면 의결 행위는 유효하지만,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집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재의 요구는 몰라도 소송까지 불사할지는 두고 볼일이다.

도교육청이 중요한 정책이나 조례안, 예산과 관련해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의회를 상대로 법정 싸움까지 벌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