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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 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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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13  19: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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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은 자신의 부인에게 사약을 내린 왕이다. 그가 왜 중전 윤씨에게 가장 무서운 형벌인 사약을 내려 목숨을 끊게 한 것일까. 이 사건은 후에 윤씨의 아들 연산군이 등극함으로써 십수년간 온통 조정을 피로 물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성종은 성품이 너그러운 호인으로 평소 신하들을 배려한 임금이었다. 그런데 역대 선왕들이 조심스럽게 다루어 온 ‘여악(女樂)’을 궁중으로 끌어들여 윤씨의 심기를 건드렸다. 여악은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일까.

여악의 역사는 고려시대 부터라고 한다.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의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보면 ‘고려에서는 여기를 하악(下樂)이라고 하여 3등급으로 나누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악사(大樂司)에 260명, 관현방(管絃坊)에 170명, 경시사(京市司)에 300여 명의 여자기생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와서는 여기(女妓)·관기(官妓)·기악(妓樂)·창기(娼妓)·기생(妓生)·여령(女伶)등으로 불렸다. 문종 대에 와서 여악이 부활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3대 악성으로 숭앙받는 난계 박연은 임금에게 폐지를 다음과 같이 상소했다.

“공연(公宴)에 여악을 쓰지 아니하는 것이 예(禮)입니다. 태종께서도 이를 수치로 여기시어 곧 제도를 정하여 사신의 잔치에는 여악을 쓰지 아니하였습니다. 세종께서 위에 오르시어 태종의 뜻을 본받아 회례(會禮)와 양로연(養老宴)에 여악을 쓰지 아니하였고, 이웃 나라 사절의 잔치에도 역시 남악(男樂)을 사용하였사오니, 이는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오랫동안 없던 정례(正禮)이오며, 민속을 바꾸고 기풍을 옮기는 거룩한 일입니다.(하략)”

난계의 상소에 김종서 등이 동조, 임금에게 여악이 풍속을 해친다고 목소리를 높여 금지시켰다. 그런데 여악은 중국 사신이 오는 경우나 특별한 경우 궁중에서 불러들인 것 같다.

성종이 바로 그런 임금이었다. 성종은 총애하는 신하들과 어울려 밤마다 폭음을 일삼고 목구멍에서 피가 넘어올 때까지 마셨다는 일화가 전한다. 여악에 빠져 체통을 잃은 성종을 윤비가 책망하면서 일이 벌어졌다. 성종의 용안에 손톱상처를 냄으로써 폐비가 되고 끝내는 사사되는 것이다.

아들 연산군은 여악을 가장 즐긴 폭군이다. 신하들이 극간 할수록 용수철처럼 튀어 특별하게 여악을 즐겼다. ‘흥청’이니 운평이니 하는 이름은 연산군이 만든 것이다. 이들은 연산군의 전용 섹스 파티 상대였고 변태적 왕의 노리개 감으로 기록된다.

연산군은 예쁜 기생은 모두 침전으로 불러들였다. 연산군일기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광한선(廣寒仙)은 장악원(掌樂院)에서 가야금 타는 기생이었다. 광한선의 가야금 소리를 들은 연산은 그녀를 궁중으로 불러들이고 싶었다.

왕이 술에 취해 임숭재(任崇載)에게 “내가 광한선을 취하고 싶은데 외부에서 알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그때 임숭재는 “세조 때도 네 명의 기생이 궁중에 출입했으며 기생의 출입을 바깥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라고 부추겼다. 연산은 좋아라하고 광한선을 궁중으로 불러들였다.

중종때 정광필(鄭光弼)은 여악 논의가 있을 때 이렇게 아뢰었다. “여악은 본래가 폐정(弊政)입니다. 정전(正殿)에서 사용하는 데 이르러서는 더욱 야비하고 속되어 정직한 선비들이 폐지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만들었다고 한다. 모란봉 악단은 예술단체라기 보다 북한 권력층의 ‘여악’처럼 장성택 생전에도 온갖 추문이 난무한 했다. 이 악단의 미녀들을 둘러싼 권력 내부의 암투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도 모른다.

이번에 북·중관계 개선의 일환으로 계획 된 베이징(北京) 공연이 시작 몇 시간 전에 김정은의 지시로 전격적으로 취소됐다. 북한에서도 김정은 전용의 ‘여악’ 단체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진정한 음악예술공연단체의 탄생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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