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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 미봉책 안된다
김태순 기자  |  kts56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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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13  19: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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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순 대표기자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국가적 당면 과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10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을 발표했다.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2005년 위원회 출범 이후 대통령이 기본계획 심의를 직접 주재한 건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산율은 1.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친다.

0~5세 무상보육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이었다. 3~5세 유·보 통합 ‘누리과정’ 지원 강화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당선 후 박 대통령은 “0~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2012.12) “보육사업처럼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2013.1)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살)에 필요한 1조8000억원의 예산을 지방에 떠넘기자, 일부 시·도의회가 ‘누리과정은 중앙정부 책임’이라며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어린이집 뿐 아니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까지 삭감하는 등 ‘보육대란’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광주시와 경기도교육청의 유치원 누리과정예산(총 8222억원)이 지방의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 세곳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도 미편성됐다. 또 세종시와 충북·전북·전남·강원 등 5곳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0원’으로 짜였다. 나머지 9곳 지방의회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2~19개월분만 반영했다. 이런 과정에서 부산·대구·인천·대전·강원·충북 등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일부 삭감됐다.

충남도의회는 328억원의 예산을 삭감하는 대신 올 이월금 예산을 보내 누리과정 536억원을 신설했다. 대신 교육환경개선비와 학습활동지원비를 삭감한 것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웃돌 빼서 아랫돌 괴는’ 임시 미봉책으로는 보육예산파동을 막을 수 없다.

이처럼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소요예산 증가는 예정됐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보육예산 파동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예산을 부담할지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간 입장이 달라 대책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육청의 재정난이 이미 위험 수위라는데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교육채의 누적 발행 규모는 올해 8조 6,011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특히 지방교육채와 민간투자사업(BTL) 임대료 등을 포함한 교육청의 채무는 18조 4,935억 원으로, 올해 교육 예산의 31%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누리과정을 비롯해 최근 몇 년 사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도교육청간 반복되고 있는 ‘복지 디폴트’ 논쟁의 근본 원인은 ‘정책설계와 결정은 중앙에서, 집행과 예산 충당은 지방에서’하는 불합리한 구조다.

보육 문제는 출산을 고민하는 부부가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가장 큰 장애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핵심 과제의 하나다.

‘아이 기르기 힘들다’는 한숨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출산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누리과정을 둘러싼 당장의 혼란부터 정부가 정리하는 등 국가가 보육을 진심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게 저출산 대책의 기본이다.

당장 눈으로 피부로 확인할 수 있는 정책의 변화가 앞서야 한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문제부터 해결돼야 하는 까닭이다. 대통령 공약 사안도 이 지경인데, 정확히 언제 어떻게 혜택을 받을지조차 막연한 주택 지원 정도로 젊은이들의 마음이 움직이기는 어렵다. 정부는 눈앞의 누리과정 전봇대부터 제거해야 한다. 요즘 보육대란 파행을 보면서 저출산 극복 의지가 보이지 않는데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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